본문 바로가기

일상, in DE

독일인을 웃게한 외국인로서 나의 시선 조금 오래된 이야기이다. 독일인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유럽 여행이라고는 파리와 스페인이 전부였고, 스페인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에 다른 유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유럽을 동경하거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다시 말하면, 독일에 대해 부끄럽지만 아는 바가 없었다. 관심이 전혀 없었으니까. 남편을 만났고 남편의 학업이 다 끝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내가 독일로 왔어야 해서 독일로 오게 된 케이스였다. 이 이야기는 내가 독일에 온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동네를 지나는데 오래되고 낡은 판잣집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런 판잣집들은 보통 마을이나 도시의 외곽에 있었고간혹 기찻길 옆에 자리하고 있던 적도 많았다. 최근에 찍어 둔 사진이 없어서 대충 비슷한 이미지를 구글에서 .. 더보기
1시간에 30유로 벌기 "여보, 바빠?" 토마스 씨가 내게 와서 물었다. "나, 이발해야 해요.""그래? 그럼 미장원 가요.""아니, 아니, 여보가 해 주세요.""귀찮아. 그냥 이번엔 미용실 가!""여보, 제발.""알았어. 그럼, 오늘은 꼭 30유로 내!!"ㅠㅠ 토마스 씨와 내가 가진 공통점 중의 하나가 이발에 꽤 예민한 것이다. 펌은 몰라도 헤어컷은 내가 딱 믿는 사람 말고는 쉽게 머리를 맡기지 못한다. 조금만 맘에 안 들어도 너무 짜증 나고 화가 나는데, 게다가 그 화의 뒤끝도 좀 길다;;;;; 토마스 씨는 정수리를 중심으로 앞쪽까지 머리숱이 별로 없어서무심하게 잘랐다가는 두피가 훤히 보여서 자칫 대머리로 보이기 쉽기 때문이다.나는 얼굴형이 못나서 잘못 자르면 못난 얼굴형이 드러나기도 하고어렸을 때부터 있던 긴 머리에 한이.. 더보기
텔레파시 통한 장보기 우리가 오토 자동차를 구입하기 전에 쇼핑은 모두 남편의 몫이었다. (관련 글: 독일에 오토 자동차는 거의 없다. http://varamizoa.tistory.com/61 ) 오토 차량이 생기고 나서는 번갈아가면서 장을 보는데, 정말 가끔은 남편에게 장을 보라고 맡기는 게 불안할 때가 있다. 꼭 일곱 살배기 아들에게 동네 마트 심부름시키는 기분. 그 품목을 보면 그렇다. 필요한 것만 사오면 되는데, 꼭 과자니 초콜릿이니 군것질거리를 추가로 사 오니. ㅎㅎ얼마 전에 토마스 씨 혼자 장을 봤었는데, 내가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쭈뼛뿌뼛 장 본걸 내어 놓고는 나한테 궁디팡팡 당하셨다. 으그..못 산다 진짜. 얼마 전엔 친구의 남편이 장기 출장 간 틈을 타 친구네 집을 다녀왔다. 집으로 들어오면서 며칠 .. 더보기
외국인 남편이 생각하는 한국식 테이블 토마스 씨가 한국에 방문하기 전에처음으로 한국 음식을 접한 것도, 한국 스타일의 식탁(?)을 접한 것도 모두 인도 여행에서였다. 인도 여행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인도 여행 중에 피할 수 없는 복병은 바로 복통과 설사, 또는 오한과 복통을 동반한 설사이다. 이상하게 인도인들이 조리한 음식을 먹으면 통과의례처럼 당연한 과정이다. 들리는 말로는 인도인들의 청결과 관련된 문제라고 하기도 하고특히 길거리 음식에서 심한 조리환경의 위생 상태와 연관이 있기도 하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첫째 주부터 복통의 지옥을 경험하게 된 남편은인도의 음식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인도에는 한인 여행객이 많아 한인들이 한국 음식을 찾는 특성 때문인지한인 식당이 꽤 있는 편이다. 우리는 안전한 여행을 원해서 주요.. 더보기
김치를 전자렌지에 데우는 남자 영어에 must 에 해당하는 단어가 독일에는 müssen 이란 단어가 있다. 영어처럼 독일에서도 좀 강한 의미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아서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4주 일정으로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신 시부모님. 여행을 떠나고 2주 뒤에 시어머니가 남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직접 나에게 카카오톡을 보내셨다. du musst blah blah~~ 내용인즉슨, 우리가 돌아가면 너는 우리를 위해 꼭 한국요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난 포스팅에 가끔 언급했지만, 우리는 시댁에 꽤 자주 방문하는 편이고자주 한국요리나 아시아 요리를 해서 함께 먹고 시간을 보낸다. 내가 요리를 한 번 하면 그다음엔 꼭 시엄마가 이것저것 해 주신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그러길 몇 해가 지나니 처음엔 좀 어색하고 익숙하지.. 더보기
타지 살면서 가장 섭섭할 때 가장 섭섭할 때라고 썼지만, 사실 가장 속상할 때가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결혼하고 이주하고 점점 한국의 가족들, 지인들과 연락도 뜸해지고그렇게 점점 소원해지는 서울에, 한국에 있는 내 가족과 친구들.몸이 멀어지니 점점 멀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문득 섭섭하고 새삼 속상하다. 일상에서 서운하고 섭섭한 것은 한국 음식 먹고 싶을 때가 고작이다.그런데 치킨이며, 보쌈같은 것을 먹는 일들이 그냥 당연했던 그런 일상이 점점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이곳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다른 반증일 것이다. 며칠 전 동생과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데, "언니.. 나 아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면 별거 아닌 감기인데,그게 그렇게 짠한 거다. 병원 다녀왔느냐, 약은.. 더보기
한국 쌀, 외국인 남편이 더 좋아한다. 나는 아직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토마스 씨와 함께 살면서 쌀을 구입할 때, 한국 쌀은 분명 다르다며 아시아 상점에서 주문하겠다고 고집피우는 나,그리고 훨씬 저렴한 쌀이 독일 마켓에 널렸는데 굳이 왜? 라던 토마스 씨! 실제로 먹어보니 독일에서 판매하는 저가의 쌀 맛이 그렇게 저렴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독일의 마켓에서 늘 사다 먹었다. 독일에서 쌀은 의외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인들이 먹는 쌀은 보통 밀히라이스(Milchreis: 직역하면 우유 쌀)가 있다. 거의 모든 상점에서 작은 포장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500g 한 팩이 보통 0.48 ~ 0.65유로 정도 하기 때문에 상당히 저렴하다. 인터넷 아시아 상점에서 사 먹는 우리 쌀은 9kg에 대략 19유로 정도이고,밀히라이스를 같은 무게로 환.. 더보기
따라쟁이 남편 남편을 만나기 전, 어렸을 때 충분히(?) 연애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커플 룩, 커플 신발, 무언가 커플로 공유해본 적이 없었다. 스무 살 꽃띠도 아니고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는 아니었는데, 똑같은 티셔츠는 아니어도 같은 소품이나 옷을 한둘 쯤 갖고 있는 것도 좋겠다 싶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토마스 씨가 한국에 와서 제일 이해할 수 없었던 것과절대 '지양'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커플 룩, 커플 신발 등등이었다. 거리에 쌍둥이 같은 남녀가 쌍둥이처럼 옷을 입고 다니는 게 외국인인 그의 눈에는 영 이해할 수 없는 문화였다고 했다. 그래서 함께 쇼핑을 가서 같이 맘에 드는 것은 자기가 사지 않거나, 자기가 꼭 사고 싶은 것은 나에게 사지 말라고 종용했다. 꼭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이렇게 나오니 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