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미노 데 산티아고

우연으로 내리는 비 - 14. 파비안, 끝나지 않은 이야기 14. 파비안, 끝나지 않은 이야기 마지막으로 울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문득 오래된 기억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퍼부어 쏟아지는 빗물처럼 거침없는 이 슬픔을 해결하고 싶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이것들을 내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게는 너무도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기에 정리하고 규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를 데리고 가버린 기차가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너무도 분명히 알고 있지만, 두 발은 걷는 법을 잊었고 두 눈은 여전히 그녀를 찾으며 울고 있었다. '혹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기차가 멈출지도 몰라.''기차가 망가져서 멈추면 그녀 혼자 열차 안에서 심심할 테니 여기서 기다려보자.' 내가 이곳에 멀뚱히 서 있는 이유를 말도 안 되게 억지로 쥐어짜고 있었다. 멍청하게 기차가 사라진 쪽 허공.. 더보기
우연으로 내리는 비 - 13. 란, 기약 없는 이별 13. 란, 기약 없는 이별 '안녕'이란 말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참 흔한 말. 순수한 안부 인사지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 안부지만, 그 사소한 인사도 가끔은 묻고 싶어도 연락할 길이 없어 물을 수도 없을 때가 있다. 간혹 연락이 닿을 수 있는 경우가 있어도 손에 꼭 쥔 전화번호를 하염없이 바라보게만 되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안부를 묻는다. 그 쉬운 말, 그 흔한 말 조차 삼켜야 하고 혼자서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떤 날이나 언젠가 잿빛 가득한 하늘이 머무는 날에도, 유난히 많은 별들이 반짝이던 어젯밤이나 오늘처럼 따뜻한 볕이 내리는 가슴이 뽀송뽀송해지는 날에는 더 궁금한 그런 사람이 있다. "정말 잘 지내고 있지?" 나에게 지난 사랑들이 그랬다. 지.. 더보기
우연으로 내리는 비 - 10. 파비안, 그녀가 운다. 0. 참고 및 이야기 배경, 카미노란? 산티아고 가는 길 (http://varamizoa.tistory.com/76) 1. 프롤로그 - 란의 비 (http://varamizoa.tistory.com/74)2. 프롤로그 - 파비안의 비 (http://varamizoa.tistory.com/73)3. 란, 파비안의 첫인상 (http://varamizoa.tistory.com/80) 4. 파비안, 란의 첫인상(http://varamizoa.tistory.com/85)5. 란, 뜻밖의 동행 (http://varamizoa.tistory.com/91)6. 파비안, 뻔한 사람들의 흔한 이야기 (http://varamizoa.tistory.com/97)7. 란, 하나의 우연 조각 (http://varamizoa.ti.. 더보기
우연으로 내리는 비 - 9. 란, 동상이몽(同床異夢) 0. 참고 및 이야기 배경, 카미노란? 산티아고 가는 길 (http://varamizoa.tistory.com/76) 1. 프롤로그 - 란의 비 (http://varamizoa.tistory.com/74)2. 프롤로그 - 파비안의 비 (http://varamizoa.tistory.com/73)3. 란, 파비안의 첫인상 (http://varamizoa.tistory.com/80) 4. 파비안, 란의 첫인상(http://varamizoa.tistory.com/85)5. 란, 뜻밖의 동행 (http://varamizoa.tistory.com/91)6. 파비안, 뻔한 사람들의 흔한 이야기 (http://varamizoa.tistory.com/97)7. 란, 하나의 우연 조각 (http://varamizoa.ti.. 더보기
카미노(Camino)란? * 두 줄 요약유럽에 있는 수많은 성지 순례길 중, 산티아고로 향하는 스페인에 있는 성지 순례길을 보통 '카미노', '산티아고 가는 길', 또는 '산티아고 순례 길'이라 한다. 어디서 부터 시작하는 지에 따라 대략 450km 에서 1,000km를 매일 조금씩 나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어가는 도보 순례(여행)인데, 보통 30~50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해마다 일정 구간씩 나누어 걷는 사람들도 많다. (+) 간략 설명 '카미노'란, "El Camino"라는 스페인어로 직역하면 ‘길’이라는 의미이고 원뜻은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의 줄임말이다. 알파벳 'C'를 스페인식 발음을 하면 거의 'ㄲ' 발음이므로, 현지 발음으로 하면 까미노라고 하는 게 맞다고 볼 수 있지만, 세.. 더보기
루고(Lugo)에서의 추억 * 2015년 9월에 썼던 글 본인 발췌. 우리의 인연을 확고하게 해주었던 추억의 도시가 있다. Lugo라는 스페인 북부의 도시 중 하나이고, 나와 토마스가 북쪽길의 순례 여정에서 처음 만나 산탄데르(Santander)에서 부터 함께 걷기 시작했지만 정작 함께 걸으면서 가장 추억이 많은 도시이다. 내가 첫 카미노의 철 십자가가 있는 돌무덤(산?)에서 세 가지 소원을 빌었는데 그중에 하나는 길 위에서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다른 하나는 결혼하고 해마다 모든 종류의 카미노 길을 걷는 것이었다. 첫 번째 소원이 이루어졌고 두 번째 소원도 현재 시점에서는 이룬 것과 다름없다. 결국 내 두번째 카미노인 북쪽길에서 토마스를 만났고 2년 후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으로 프랑스의 르퓌길(Le puy en velay)을 .. 더보기
2009년 9월 어느 날, 로그로뇨 (프랑스길) 프랑스 길에서 일주일 좀 못 되어서였을 것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서두르는 바람에, 너무 어두운 새벽에 길을 잃고 다시 출발점인 로그로뇨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곧 동이 터왔다. 그때의 일출은 내 평생, 지금까지도 두 번 본 적 없던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아름다움으로 그간 살아왔던 내 인생에 설움과 아픔, 상처가 한번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감격, 감동,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났으며,그 모든 복잡한 감정을 눈물로 확인했던 순간이었다. 첫 카미노를 다녀온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그 6년 동안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다. 2009년 9월 기점으로 그 전에 내 삶은 꿈을 향해 나아갔고그랬기에 변화 없이, 늘 같은, 그래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