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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

궁금한 것이 많은 남편 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남편에게 곧잘 하는 이야기다. 질문이 많은 남편은 가끔 보면 굉장히 순수한 면으로 느껴지고 어떤 때는 또 괴짜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호기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꼭 호기심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다. 독일에서는 외화의 더빙이 활성화되어 있는 편이라 내 독일어 향상을 위한 수단이라는 명분으로 넷플릭스를 매달 결제하며 보기 시작했다. 독어 더빙은 빅뱅이론에 나오는 라지 특유의 인도식 영어 발음과 악센트를 그대로 독어로 구사해 어색한지 모르고 본 적도 있고, 매치 포인트(Match point, 2005)라는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 조나단(Jonathan Rhys Meyers)의 목소리처럼 독어 더빙이 원래 배우의 목소리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경우도 있다.. 더보기
독일의 지독한 겨울 오지 않을 것 같던, 아니 오지 말아주길 바랐던 2017년이 결국 오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 독일에 사는 내게 겨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볕과 눈이다. 벌써 여러 번의 겨울을 독일에서 보내고 있지만, 그 겨울은 해마다 모습이 다르고 냄새가 다르다. 추울 때는 엄청나게 추워서 욕지기가 나오는가 하면, 어떤 겨울은 지나치게 따뜻해서 두꺼운 외투를 몇 번 꺼내 입지 않고 지나간 적도 있다. 볕이 하루 종일 쨍쨍하게 드는 날이 많이 없다. 볕이 쨍쨍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나기를 퍼붓고 곧 우중충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독일에 살면 매일 그렇게 날씨에 속는다. 날씨가 하루에도 볕이 들었다, 비 왔다 우중충했다 변화무쌍하지만 겨울이 전반적으로 그렇다. 이런 겨울, 저런 겨울, 그런 겨.. 더보기
보물과 고물 지난여름 휴가 때 3년 만에 한국엘 다녀왔다. 너무도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독일로 돌아올 때는 캐리어 두 개를 터지도록 담고도 가져오지 못해 두고 온 것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중엔 한국엘 다녀갈 때마다 가져갈까 말까 늘 고민하다 결국은 한국 친정집에 그대로 두고 독일로 돌아오곤 했던 것들이 있다. 친구들과 초등학교 때부터 주고받은 쪽지, 편지들부터 자잘한 선물이나 기념품과 내 사진들이 그것이었다. 한국을 다녀오고 어느새 두 달이 훌쩍 지났고 오랜만에 친정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문득 물으셨다. 야! 너 그 지저분한 종이들 내가 다 갖다 버린다. 괜찮지?종이들? 종이 뭐? 왜 쪽지랑 편지랑 잔뜩 한 상자에 담아 놓은 거 말이야. 아니, 그걸 왜 버려? 나한테는 내 청춘,.. 더보기
독일에서 커플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질문 어쩌면 당연히 조심해야 하거나 조금 민감한 문제인데,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하거나 받았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그런 질문을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살던 문화에 살다가 독일에서 실수했던 내 경험이다. 유럽이 전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는데, 독일에서도 커플들이 결혼을 잘 안 한다. 아니, 살아보지도 않고 그 사람을 얼마나 안다고 결혼을 해? 결혼을 한다 해도 결혼 자체를 한다기보다 제도적인 편의나 혜택에 의한 경우도 많다. 보통은 서로 조금 알고 지내고 사귀며 지내다가 함께 동거를 시작하는데, 동거에 대한 인식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동거도 연애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 그래서인지 동거 없이 결혼을 한 커플에 대해 조금 의아해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유럽처럼 당연시하는 문화가 아니.. 더보기
김치 만들다가 아련해지면서 죄책감까지 느껴본 건 처음;; 얼마전에 3년 만에 한국다녀왔는데도 돌아와서도 계속 한국음식만 먹고 싶다.나이가 한살씩 들어가면서는 더욱 더 빵이나 피자같은 음식은 보기도 싫고..그냥 오로지 밥에 반찬, 김치 이런 것만 좋은 거다.. 그래서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무를 주문해서 김치를 했다.휴가 때 엄마가 해주신 알타리 김치가 너무 맛있던 기억에 처음으로 알타리 무도 두 단이나 주문했고 그리고 드디어 김치를 손질하는데...하는데..........하는데.......... 반 이상이 이렇게 벌레가 먹어 있었다. 그래서 김치 먹다가 벌레까지 같이 먹어서는 안되니까 소름끼치고 징그럽고 그러면서 조심 조심 벌레 먹은 부분을 열심히 정리했다. 벌레를 너무 너무 싫어하지만, 김치는 한 조각도 넘나 소중하기에 열심히 정리하는데.... 그런데...그런데.. 더보기
남편이 사랑하는 한국식 모기 잡기 한국식 모기 잡기라고 쓰긴 했지만, 한국식인지는 모르겠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부모님께서 쓰시는 걸 보고 비싸지 않아서 하나 공수해왔는데,몇 년째 8월에 독일에 있었던 적이 없었고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우리 집에서 근 몇 년 동안 모기를 본 적이 없어서서랍 한 구석에서 조용히 썩어가던 것.바로 이것.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기 라켓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충전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전기 충격(?) 라켓이다. 모기를 발견하면 전기에 스위치를 켜고 모기 근처에 가져다 대면 모기가 날라서 도망가다가 전기 망에 걸리면 타 죽는 방법이다. 좀 잔인한 것 같은데.. 이게 정말 잘 잡힌다. 올해 독일은 날씨가 진짜 이상하다. 원래 5월쯤부터는 비가 거의 안 오고특히, 7,8월은 거의 비가 없는.. 더보기
이름 바꾸고 온 날, 지난주에 이름을 바꾸고 왔다.독일은 결혼하면 보통 여자가 남자 성을 따라 바꾼다. 그래서 자녀가 생기면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모두 하나의 성을 쓰기 때문에 단체로 어딘가 이름을 기입하거나 여행을 다닐 때, 같은 성이라서 그룹처럼 꼭 붙어 다닌다. 이건 좀 단편적인 예시지만,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성을 바꾸는 것이 보통이다. 꼭 남편 성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아내가 자기 성을 그냥 유지할 수도 있고 남편과 아내의 성을 - 로 연결해서 합성어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나영과 원빈이 결혼하면 원나영, 원빈으로 하거나, 이나영의 '이'와 원빈의 '원'을 합쳐서 성이 '이원' 또는 '원이'가 된다. 둘이 성을 합치면 둘 다 이름을 변경하게 된다. 이원나영, 이원빈 또는 원이나영, 원이빈, 이렇게... 더보기
기분도 그러한 데 갈 곳이 딱히 없을 때 한국에서 나는 그럴 때 카페에 갔다. 창가에 앉아서 따뜻한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창문 밖에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멍하니 앉아서 밖의 풍경을 구경했었다. 가끔은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드물게 술도 한 잔씩 했다. 무엇보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스트레스가 무지막지하게 쌓여 주체 안될 때는 한강에 갔다.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이 답답하다고 느끼지 않고 살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도심에 나무나 공원은 별로 없지만, (요즘엔 공원이 많지만;;)주위를 둘러보면 갈만한 산들이 많았고 조금만 나가면 쉽게 한강 둔치에 닿았다. 강변을 따라 하염없이 걷거나 자전거를 탔다. 이런 것들이 여유치 않을 때는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은 밤, 가까운 대교 하나 찾아서 천천히 강바람 맞으며 걸었다. 걷다가 중간쯤에 멈춰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