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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오늘 하루, feat. Thomas 씨

김치를 전자렌지에 데우는 남자

영어에 must 에 해당하는 단어가 독일에는 müssen 이란 단어가 있다. 

영어처럼 독일에서도 좀 강한 의미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아서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4주 일정으로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신 시부모님. 

여행을 떠나고 2주 뒤에 시어머니가 남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직접 나에게 카카오톡을 보내셨다. 

du musst blah blah~~


내용인즉슨, 우리가 돌아가면 너는 우리를 위해 꼭 한국요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난 포스팅에 가끔 언급했지만, 우리는 시댁에 꽤 자주 방문하는 편이고

자주 한국요리나 아시아 요리를 해서 함께 먹고 시간을 보낸다. 

내가 요리를 한 번 하면 그다음엔 꼭 시엄마가 이것저것 해 주신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그러길 몇 해가 지나니 처음엔 좀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한국 음식을 지금은 아주 좋아하신다. 

그래서 내가 바쁘거나 좀 오래 요리를 안 하면 먹고 싶어 하시는데,

워낙 손이 많이 가는 걸 아셔서 직접 먹고 싶다고 말도 못 하신다. 

그래서 대부분 내가 눈치껏 알아서 때(?)가 되면,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하고 묻고 해드리는 편이다. 

힘든 거 아니까 절대 먼저 시엄마가 뭐 먹고 싶다. 또는 해달라는 말을 안 하신다. 절대. 

그런 시어머니께서 여행 2주 만에 한식이 너무 많이 먹고 싶다고 하신 거다. 


예전에 인도 여행가서 2달 동안 인도 음식 5번도 안 먹고 한국 음식만 먹다 온 

토마스 씨 생각이 났다. 


그리고 오늘, 

한 달 만에 여행에서 돌아오신 시부모님과 오랜만에 저녁 식사를 했다. 

오늘은 내가 토마스 씨와 함께 저녁을 만들었는데, 

메뉴는 돈부리. (한식은 아니지만, 가지고 있던 재료에서 생각난 것은 돈까스 뿐 ㅠㅠ)

(너무 정신없이 준비하느라 사진이 튀김 사진밖에 없다 ㅠㅠ)

일식 레스토랑에서 먹는 만큼 일품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돈부리 모양새와 맞을 갖춘 돈부리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시부모님께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신 튀김기를 처음으로 개시하고 튀겼는데, 

진짜 확실히 다르다. 튀김이. ㅎㅎ

때깔과 튀김 상태가 얼마나 부드럽고 고운지,

그다지 비싼 메이커 튀김기도 아닌데 우린 그저 좋았다.


돈까스와 치킨까스를 튀기고, 

김치와 깍두기도 담고 

양배추 샐러드도 만들었는데.. 

오늘 따라 매우 적극적으로 돕는 남편. 

진짜 먹고 싶었던 듯. 


상차림이 다 끝나고 담아 놓은 김치를 들고

남편이 부엌으로 왔다. 

전자렌지에 데워달라고;;;;;


남편은 차가운 김치를 원래 잘 못 먹는데,, 

(관련글: 김치 식혀 먹는 남자 http://varamizoa.tistory.com/50 )

그래도 전자렌지에 데워먹는 건 아니잖아?

김치가 식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토마스 씨. 



초가 중요하다고. 

15초에서 20초가 딱이란다.

차갑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먹기 좋은 상태! 

그 이상 되면 안 된다고! 


내 입장에선 김치를 전자렌지에 익히는 것만으로 이미 이상하고

15초나 20초나 별로 차이도 없어 보이지만 

자기 혼자 잔머리 늘어간다고 좋아한다. 

오늘도 이렇게 토마스 씨는 진화하고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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