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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를 보다 호들갑 떠는 남편 내가 독일에 와서 놀랐던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독일 드라마였다. 자정이 지나지 않은 시각, 텔레비전에서 나온 야한 장면이었다. 여과 없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너무 놀랐고 괜히 화끈거렸다. 독일에는 텔레비전에 관련하여 여러 가지 제한 법이 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예를 들면, 22시부터 야한 장면을 내보낼 수 있고 몇 살부터 시청 가능하다거나, 폭력적인 장면 0시 이후라던가. 정확히 시간과 나이는 모르겠는데, 대략 그런 제한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지키고 제한하는 것은 자율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자율적인 제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장면에 제약이 있다. 심지어 흡연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담배를 보여주거나 입에 물 수는 있지만, 직접 피우는 장면을 내보내지 못한다. 그래서 독일 드라마.. 더보기
우연으로 내리는 비 - 9. 란, 동상이몽(同床異夢) 0. 참고 및 이야기 배경, 카미노란? 산티아고 가는 길 (http://varamizoa.tistory.com/76) 1. 프롤로그 - 란의 비 (http://varamizoa.tistory.com/74)2. 프롤로그 - 파비안의 비 (http://varamizoa.tistory.com/73)3. 란, 파비안의 첫인상 (http://varamizoa.tistory.com/80) 4. 파비안, 란의 첫인상(http://varamizoa.tistory.com/85)5. 란, 뜻밖의 동행 (http://varamizoa.tistory.com/91)6. 파비안, 뻔한 사람들의 흔한 이야기 (http://varamizoa.tistory.com/97)7. 란, 하나의 우연 조각 (http://varamizoa.ti.. 더보기
너는 나랑 왜 친하게 지내?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기억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좋던데.. 좋은 사람이 있으면 싫은 사람도 있는 거겠지. 나를 매일 괴롭혔던 초등학교 때 내 짝꿍. 하굣길에 자주 마주쳐서 설레던 동네 오빠. 맨날 뒤에서 쿡쿡 찌르며 쪽지 전달하던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 늘 같은 스타일로 옷을 입어서 쌍둥이라고 놀림받았던 대학 동기. 언제나 해맑은 웃음 뒤에 보이지 않는 그늘을 갖고 있던 옹알이 모임 사람들. 정 많은 기초반 친구들. 욕심 많던 연수반 동기들. 착한데 겸손하기까지 한 전문반 언니들. 마녀사냥을 좋아했던 유난히 유치했던 대학 때 그 무리들. 이제 얼굴도 기억 안나는 초등학교 때 내가 처음 한 ‘풋사랑’의 그. 여행에서 만난 ‘아직’ 천진했던 꼬마들. 나를 참 많이 좋아해줬던 고마운 사람들.. 더보기
잘 지내지? '안녕'이란 말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고 흔한 말. 그냥 안부 '인사'이지만,정말 궁금하고 걱정(?)되고 알고 싶은 안부지만,이런 사소한 인사도가끔은 정말 묻고 싶어도 연락할 길이 없어 물을 수도 없을 때가 있다. 그리고,정말 묻고 싶고 한 손에 전화번호를 꼭 쥐고 있어도,전화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기에 그저 마음속으로만 묻는다. 그 쉬운 말, 그 흔한 말, 조차.그저 가슴으로만 혼자서 묻고 또 묻는다.그런 사람들이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떤 날,언젠가 잿빛 가득한 하늘이 머무는 날, 유난히 많은 별들이 반짝이던 어젯밤,그리고 오늘처럼 따뜻한 볕이 내리는 날,묻고 싶어 진다. "정말 잘 지내고 있지?" 더보기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 스포 많음. 언젠가 무심코 틀었던 TV에서 이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그때 장면이 어린 케빈이 엄마의 방을 물감총으로 망쳐놓고도 기세 등등하게 엄마를 노려보던 모습이었다. "어때? 화나지? 약 오르지?" 그 어린 꼬마가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는데, 이런 말이 환청처럼 들렸다. 어떻게 하면 엄마를 화나게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하는 아들처럼 악에 받친 눈빛이었다. 일종의 의구심과 호기심이 동시에 일어 그 장면은 나를 주저앉히고 영화에 집중하게 했다. 지금도 뭐 유창하진 않지만, 당시 내 독어는 더욱 형편없던 시절이었기에 어지간하지 않으면 독어로 된 방송을 5분 이상 집중해서 보지 못하던 때였다. 한글 자막은 고사하고 독어 자막도 없이 독어 더빙된 영화를 보자고 마음먹었을 정도로 영화에 대해 알고 싶었다. .. 더보기
한국 관광 유도하는 남편 독일 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그랬던 걸 생각해보면 아마도 대부분의 유럽이 비슷할 것 같다. 그리고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내가 잠시 미국에 있었을 때 미국의 도로도 그랬다. 아마 대부분의 나라가 그럴 것이라 추측된다. 그리고 내가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그렇지 한국의 시골도 마찬가지 일거 같다. 그렇지만, 한국은 정말 외진 곳이 아니고서야 가로등이 한둘 있거나 하다못해 빛을 반사하는 방향 표시등 같은 것이 바닥이나 도로를 둘러싼 울타리라고 해야 하나, 그 펜스에도 그런 표시가 되어 있는 편이다. 그런데 독일을 포함한 대부분의 땅덩어리가 큰 나라는 도시를 벗어나거나 진입하는 입구까지만 가로등이 설치가 되어 있고 나머지 부분들은 없다. 그냥 아무것도 없다. 잘 포장된 도로이지만, 불빛이라고는 내 차에.. 더보기
흔하지 않은 독일의 벚꽃놀이 독일에는 벚꽃이 흔하지 않아요. 타지 살이, 제게는 그러니까 독일. 독일에 살면서 아쉬운 점은 여럿 있는데, 봄에 가장 아쉬운 것은 벚꽃입니다. 독일에서 벚꽃을 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독일에서 봄꽃으로는 유채꽃과 목련 정도를 흔히 볼 수 있어요. 개나리도 종종 볼 수 있지만, 벚꽃을 길에서 보는 일은 정말 흔하지는 않아요. 보더라도 아주 가끔 한 그루 정도 볼 수 있긴 한데, 한국에서 여의도나 강변으로 꽃놀이를 할 만큼이 아니에요. 독일에서 벚꽃으로 유명한 곳은 본(Bonn)의 구시가(Altstadt), 그 외 남쪽 몇몇 지역들이 있는데요. 남부에서는 이 근처의 성(Castle: Schloss)도 유명해요.오늘 소개할 곳은 슈벳찡엔(슈벳칭엔: Schwetzingen) 성 안, 정원에 핀 .. 더보기
겨울나는 부추, 해외에서 한국 채소 먹기! 부추가 겨울을 나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저는 사실 몰랐어요. 서울에서 나고 반칠십 이상을 살았고 한국에서는 슈퍼나 시장 가면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부추가 겨울을 나는지, 꽃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요.해외 살다 보니 흔하고 당연한 것들이 어려운 일이 되니 모든 게 소중해지더라고요. 처음 독일에 온 날짜가 9월 3일. 한국이라면 아직은 좀 늦더위가 한창일 때였죠. 그래서 옷도 긴 팔은 거의 없었고 반팔에 얇은 카디건 몇 벌이 다였는데, 독일은 9월이면 이미 한국의 10월 말이나 11월 초처럼 추운 날씨였어요. 그렇게 첫 해, 첫가을을 독일에서 혹독하게 신고식을 치렀었죠. 처음 제가 독일에 왔던 그 해 독일의 겨울은 사상 최악의 겨울이 됩니다. 9,10,11월을 제외하고 12..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