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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오늘 하루, feat. Thomas 씨

한국 드라마를 보다 호들갑 떠는 남편


내가 독일에 와서 놀랐던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독일 드라마였다. 


자정이 지나지 않은 시각, 텔레비전에서 나온 야한 장면이었다. 

여과 없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너무 놀랐고 괜히 화끈거렸다. 


독일에는 텔레비전에 관련하여 여러 가지 제한 법이 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예를 들면, 22시부터 야한 장면을 내보낼 수 있고 몇 살부터 시청 가능하다거나, 

폭력적인 장면 0시 이후라던가. 

정확히 시간과 나이는 모르겠는데, 대략 그런 제한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지키고 제한하는 것은 자율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자율적인 제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장면에 제약이 있다. 

심지어 흡연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담배를 보여주거나 입에 물 수는 있지만, 

직접 피우는 장면을 내보내지 못한다. 

그래서 독일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놀랐었다. 

칼이나 총, 남녀가 뒤엉킨 선정적인 장면들이 너무 적나라했다. 

어쨌든 준법정신이 투철한 독일인들이기에 이런 자율적 통제가 가능한 것 같다. 


이제는 이런 장면이 나름 익숙해져서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는데, 

처음엔 농담반 진담반으로 장난을 쳤었다. 

손가락 사이을 다 벌려서 얼굴을 가리고는, 



"어머. 어머. 남사스러워라. 너무 노골적이잖아."

"어머. 어머. 야해. 쟤네 사랑할 건가 봐."



라고 하며 일부러 과민한 척 반응하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신기한 척, 호기심 가득한 척했었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예전엔 심리적 여유가 되지 않아 한국 방송을 잘 보지 않았는데, 

한국에 다녀온 지 오래되다 보니 자꾸만 한국 방송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아~ 예쁘다~미안해요. 성유리 씨. ㅠㅠ


그리고 이 장면이 나오자마자 토마스 씨가 거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토마스 씨 하는 말. 



"어머. 어머. 남사스러워라. 한국도 노골적이네."


아! 진짜 따라쟁이. 예전에 내가 했던 장난을 잊지 않고 그대로 따라한다. 

그리고 바로 10초 뒤, 나온 장면에 토마스 씨가 말했다. 

재킷을 입혀 주고 있는 남주.

"이럴 줄 알았어. 저기서 왜 옷을 입혀 주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거지?

반대로 되야 하는 거 아니야?

한국 드라마의 한계야. 무슨 재미로 봐?"


얼핏 듣기로 유럽에서는 독일산 포르노가 유명하다는데, 

아마도 이런 영향이지 싶다. 


남편의 반응이 재밌었지만, 방해하지 말고 저리가라는데, 

굳이 옆에 앉아 알아듣지도 못하는 드라마를 계속 함께 시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다시 나온 장면은 주인공이 물에 빠지는 장면이었다. 

물에 빠지는 장면 캡처 못함 ㅠ


"여보. 여보. 큰일 났어."

"왜에???"

"저 사람들 한국 사람이잖아. 한국 사람들은 항상 핸드폰을 몸에 지니고 있잖아. 

물들어가서 핸드폰 다 망가졌겠다. 어떡해!!"



호들갑 떠는 남편이 웃겼지만, 살짝 째려봐 줬더니, 다시 말한다. 



"맞아요~ 한국 사람들이라서 괜찮아요. 새로 최신형을 사면 되지요."


 

언젠가 인터넷에서 한국 사람들이 휴대폰을 자주 바꾼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 모양이다. 

여하튼, 아내가 오늘 심심할까봐 황당한 웃음 주는 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