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in DE/어느 하루, feat. H 양

독일인을 웃게한 외국인로서 나의 시선

조금 오래된 이야기이다. 

독일인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유럽 여행이라고는 파리와 스페인이 전부였고, 

스페인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에 다른 유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유럽을 동경하거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다시 말하면, 독일에 대해 부끄럽지만 아는 바가 없었다. 

관심이 전혀 없었으니까. 


남편을 만났고 남편의 학업이 다 끝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내가 독일로 왔어야 해서 독일로 오게 된 케이스였다. 

이 이야기는 내가 독일에 온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동네를 지나는데 오래되고 낡은 판잣집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런 판잣집들은 보통 마을이나 도시의 외곽에 있었고

간혹 기찻길 옆에 자리하고 있던 적도 많았다. 


최근에 찍어 둔 사진이 없어서 대충 비슷한 이미지를 구글에서 찾아봤는데,

딱히 비슷한 것이 없다. 

내가 본 판잣집들은 사진들처럼 낡았지만, 

조금 더 형형색색을 하고 있었으며 사람사는 집의 형태와 더 가까웠다.



위의 사진들처럼, 울타리나 텃밭처럼 되어 있기보다는 철조망으로 담이 쳐있는 경우가 더 많았고

판잣집들은 생각보다 작지 않아서 평수로 치면 

보통 한 명 정도 거주할 수 있을 원룸 크기였다. 


보통 주변에 풀이 무성하거나 옷이나 수건이 빨래처럼 널려 있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한 두채만 홀로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마을 처럼 옹기종기 또는 

다닥다닥 몰려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판파집을 우리나라에서도 간혹 본 적이 있었기에, 

독일에도 엄청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고 놀랐었다. 


늘 속으로만 생각하다가 어느 날 토마스 씨에게 물었다. 


"독일에도 가난한 사람이 꽤 많네.

저 집들 좀 봐. 너무 낡아서 겨울에 너무 춥고 비가 오면 빗물이 다 샐 거 같아."


함께 운전을 하고 가다 내 얘기를 들은 남편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다. 

그리고도 피식피식 며칠을 웃더니, 

시댁 식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해주니,

시댁 식구들도 모두들 배를 잡고 뒹굴었다. 

외국인으로 본 내 시선이 독일인들에게 참 신선했다고 했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집이 아니라, 

독일의 개인 소유 농장이라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정원이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따로 간단한 채소나 작물을 키우고 싶을 때, 도시 근교나 외각에

작은 땅을 사서 그곳에 농사(?)를 짓는다

그런 것이 한때 유행처럼 번져서 너도 나도 사들였는데, 

지금은 방치되고 있는 텃밭도 꽤 많은 모양이다. 

또는 주인을 기다리는 무소유 텃밭이라는 것. 



2년 전에 찍었던 사진인데, 

이곳은 관리가 아주 잘 되고 있어서 딱 봐도 소농장이나 텃밭처럼 보인다. 

내가 봤던 것들은 주로 기찻길 옆이나 도로 옆에 

한 집당 저 정도의 면적을 차치고 조금 더 큰 판잣집들이 이 정도로 모여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저렇게 밭이 아니라, 

무성한 풀이나 작은 꽃나무들이 대부분이었다. 


텃밭에 꼭 작은 판잣집이 끼어 있었기에 

그런 것을 본 적 없는 나로선 텃밭에 그런 작은 집이 굳이 딸려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판잣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기에

사정이 여유치 않은 사람들이 또 그렇게 모여서 사는 줄 알았던 것. ㅎㅎ;;;;

아니, 그럼 마지막 사진처럼 관리를 하던지.

아니면, 좀 농장처럼 꾸며 놓던지. 


이제 그렇게 방치되어 있는 텃밭을 보면 하나 갖고 싶다는 욕심이 먼저 든다. 

이렇게 조금씩 여기 생활에 익숙해지고 

신선한 외국인의 시선이 사라지는 것은 아쉽긴 하다. 

내가 생각해도 이런 일들은 일상에 종종 웃음 바이러스를 주는 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