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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어느 하루, feat. H 양

이상한 나라에 사는 이상한 아이. 사람들 사이에서 같은 숨을 쉬고 사는데, 내 숨소리만 다르다. 고집불통들 속에서 같은 의견을 내는데도, 내 의견을 불이다. 같이 웃어도 내 웃음은 비웃움이 되고, 또 어떤 날은 오만한 웃음이 된다. 함께 울면 내 웃음 가식이 되고, 우리는, 아니, 그들과 나는 함께 한 공간에 있지만, 내가 그들과 다르다 하여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이상한 나라에 나는 지금 살고 있다. 잠깐 쉬어가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냥저냥 꾸역꾸역 살던 삶을 붙잡고 버티고 있다 보니, 벌써 몇 해가 지나고 있다.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였던가, 본래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과거를 헤집으며 또 며칠을 괴로워했던가. 이제는 이 의미 없는 무한 반복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제는 진짜 벗어나봐야겠다. 이상한 나라.. 더보기
발작하듯 찾아드는 귀찮은 감정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하는 몹쓸 병. 아마도 내 병명은 이렇게 긴 듯하다. ​ 요즘 너무 같은 이야기만 한다. ​듣는 사람도 쉽게 위로할 수 없어 그저 듣기만 하는데, 그렇게라도 생각을 덜어내지 않으면 정말 말 그대로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푸념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늘 자학하고 속으로 타이르는 것도 잊지 않는다. 혹시 듣는 사람이 지겨울까. 짜증 날까. 그러다 내가 싫어질까봐......​ ​내 머릿속에 가득한 슬픔, 고통, 망상, 잡념이 모두 한 가지 테마인지라, 나도 모르게 뱉어 놓고 속으로 후회하는 일을 반복한다.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인 걸 너무도 잘 아니까. ​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은 마음을 비우라는 것과 나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라는 말이.. 더보기
미련 한국 나이로 올해 벌써 마흔 하나. 꼭 나이가 문제가 아닌 걸 나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이제는 희망을 가지고 꿈꾸기보다 포기하고 단념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데...아직도 때가 되면 기대라는 걸 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내가 한심하다. 입으로는 기적 따위 믿지 않는다, 떠들면서마음으로는 여전히 혹시나 하고 있다. 입으로는 포기하는 과정이라고 하면서그래도 자꾸 기적을 기도하고 있다. 이런 내가 처음에나 가련하고 안쓰러웠지, 이제는 이런 나를 내가 봐도 짜증난다. 괜찮다 괜찮다해도돌아 보면 보이는 사람들 때문에..이제는 놓았다 놓았다하면서도돌아 서면 보이기 때문에..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마음을 정리하면서도 나는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해야하고, 수시로 들어야한다. 내가 쉽게 .. 더보기
불혹 악한 사람이 있었고, 선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치관이 뒤집히고 또 뒤집혔습니다. 진짜와 가짜가 똑같이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습니다. 진실의 언어가 있었는가 하면, 거짓의 언어도 있었습니다. 깨끗함이 더러움이 되었고, 더러움이 깨끗함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어언 20여 년이 지나, 저는 마흔 살이 되었습니다. 제 나이 스무 살 무렵엔, 잘 이해되지 않았던 일입니다. 스무 살 청년이 20년이 지나면 마흔 살이 된다는 것 말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서서 그 당시를 생각한다면, 저는 매우 이상한 기분에 잠기게 됩니다. 그 격렬한 시대를 탄생시킨 변화의 에너지는, 도대체 지금 이 시대에 무엇을 가져온 것인가 하고. 그 당시에 아주 대단한 큰일로 생각했던 것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가 하고. 사람이 사람.. 더보기
머리에 떠다니는 단어를 모으니 혼자하는 잡담.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독일의 지독한 겨울 오지 않을 것 같던, 아니 오지 말아주길 바랐던 2017년이 결국 오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 독일에 사는 내게 겨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볕과 눈이다. 벌써 여러 번의 겨울을 독일에서 보내고 있지만, 그 겨울은 해마다 모습이 다르고 냄새가 다르다. 추울 때는 엄청나게 추워서 욕지기가 나오는가 하면, 어떤 겨울은 지나치게 따뜻해서 두꺼운 외투를 몇 번 꺼내 입지 않고 지나간 적도 있다. 볕이 하루 종일 쨍쨍하게 드는 날이 많이 없다. 볕이 쨍쨍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나기를 퍼붓고 곧 우중충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독일에 살면 매일 그렇게 날씨에 속는다. 날씨가 하루에도 볕이 들었다, 비 왔다 우중충했다 변화무쌍하지만 겨울이 전반적으로 그렇다. 이런 겨울, 저런 겨울, 그런 겨.. 더보기
보물과 고물 지난여름 휴가 때 3년 만에 한국엘 다녀왔다. 너무도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독일로 돌아올 때는 캐리어 두 개를 터지도록 담고도 가져오지 못해 두고 온 것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중엔 한국엘 다녀갈 때마다 가져갈까 말까 늘 고민하다 결국은 한국 친정집에 그대로 두고 독일로 돌아오곤 했던 것들이 있다. 친구들과 초등학교 때부터 주고받은 쪽지, 편지들부터 자잘한 선물이나 기념품과 내 사진들이 그것이었다. 한국을 다녀오고 어느새 두 달이 훌쩍 지났고 오랜만에 친정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문득 물으셨다. 야! 너 그 지저분한 종이들 내가 다 갖다 버린다. 괜찮지?종이들? 종이 뭐? 왜 쪽지랑 편지랑 잔뜩 한 상자에 담아 놓은 거 말이야. 아니, 그걸 왜 버려? 나한테는 내 청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