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in DE/어느 하루, feat. H 양

셀프 인테리어를 본 남편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한국에서 친동생이 사 왔다는 작은 그림 액자를 보았다. 

나무와 가지로 말의 형상을 그린 그림이었는데, 

판화를 찍은 것인지 그림을 그린 것인지는 살짝 모호한 그런 그림이었다. 

어쨌든, 실내장식용으로 집에 걸어두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산 것이기도 하고

친구네 집 액자는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사이즈여서 조금 더 큰 그림을 갖고 싶었다.


한국도 그렇지만 독일도 그림값이 아주 금값이라 

누가 선물해주지 않으면 쉽게 쓰기 어려운 금액이다. 

갖고는 싶고 쉽게 결정을 못 하고 있다가, 

그래 그려보자! 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구네 집에서 본 그림

과감하게 켄버스를 구입하고 연필로 쓱쓱,

그리고 있는데, 남편이 와서는 갸웃갸웃하면서 유심히 보는 거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270도 회전하여 곡예를 부리듯. 

그러더니 하는 말?


"Was malst du?" (뭘 그리는 거야?)

"뭘로 보여?"

"나....나뭇 가지?"

"응, 또?"

"또??"

갑자기 진땀을 흘리는 토마스 씨. ㅋㅋ


"까만 삼각형 비슷한 것도 보이고, 나무들 사이에 눈도 보이고,

음, 나무에 떡국 떡 같은 것도 걸려 있네."

이번에는 내가 진땀을 흘린다. 


일단, 완성해서 그림을 다시 보여주기로 하고, 

완성한 후 보여주었다. 


"이번엔 뭐가 보여?"

"음.........겨울 숲?"

"겨울 숲?"

"응, 나뭇잎이 없이 앙상한 나무들이 있으니까."


다시 진땀을 흘린다. 

그림을 다 그리고 자괴감에 빠져 한쪽에 세워두고 난 내 볼일을 봤다. 


'그림이 커서 그런가? 왜 숲을 보질 못하고 나무만 보는 거지?'


그리고 한참 뒤, 거실로 돌아온 남편, 

다시 한참 그림을 보더니,

"여보, 말이 있어!"


-_-;;;;;

인테리어 비용 절약했다고 좋아는 하는데, 

토마스 씨의 엉뚱함이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켄버스의 크기는 B4 사이즈 정도 인 것 같다.

말처럼 보이지 않나? 

얼룩이 말?

친구들은 다 알아보는데 왜 때문에 여보만 이렇게 느린 거지?


남편의 엉뚱함을 보니 토마스 씨가 나를 소소하게 웃겼던 일이 생각이 난다. 

토마스 씨는 한국어로 강아지를 멍멍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느 날, 텔레비전에 작은 강아지가 나왔다. 

그걸 본 토마스 씨. 


"여보! 망망이~ 망망이~ 귀엽다~"

"망망이?"

"네! 망망이에요."

"아니에요. 멍멍이에요."

"아니 아니요. 망망이에요."


막 우기길래 멍멍이가 맞다고 알려주니, 

커다란 개는 멍멍이고, 작고 귀여운 강아지는 망망이라는 것이 남편의 이론. 

한번 소리 내면서 해보면 멍멍과 망망에서 크기가 느껴진다나. 

우기는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한국말을 배워서 자기만의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토마스 씨. 

자꾸 듣다보면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