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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어느 하루, feat. H 양

미련

한국 나이로 올해 벌써 마흔 하나. 

꼭 나이가 문제가 아닌 걸 나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이제는 희망을 가지고 꿈꾸기보다 포기하고 단념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데...

아직도 때가 되면 기대라는 걸 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내가 한심하다. 


입으로는 기적 따위 믿지 않는다, 떠들면서

마음으로는 여전히 혹시나 하고 있다. 

입으로는 포기하는 과정이라고 하면서

그래도 자꾸 기적을 기도하고 있다. 

이런 내가 처음에나 가련하고 안쓰러웠지, 

이제는 이런 나를 내가 봐도 짜증난다. 


괜찮다 괜찮다해도

돌아 보면 보이는 사람들 때문에..

이제는 놓았다 놓았다하면서도

돌아 서면 보이기 때문에..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마음을 정리하면서도 나는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해야하고, 

수시로 들어야한다. 


내가 쉽게 단념이 되지 않는 건.

나는 안되기 때문이 아닌게 아니라...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가 없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그래서 모두에게 허락된 것을. 

나만. 

나만 안되기 때문에 억울하기 때문이다. 


더 슬프고 더 미치겠는 건, 

이런 억울함을 쏟을 곳도 풀 곳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쏟아 낼수도 풀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냥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는 어둠이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많이 쌓이고 쌓여도 볕 한 줌에 녹아 사라지는 눈 덩이 같은 거 였으면 좋겠다. 

후 불면 사라지는 티끌 같은 거면 좋겠다. 

공기에 흩어지는 볕 조각이었으면 좋겠다. 

그냥 거기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그런 거 였으면 좋겠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