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애매해지는 정체성 그러나,
연말에 동생이 다녀갔었다. 이번엔 가야지, 이번엔 가야지, 하면서 벌써 3년째 한국을 가지 못했다. 지독히도 볕이 들지 않는 독일의 겨울이 시작되면서 늘 그리웠던 가족들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듯,가라앉았던 흙탕물이 다시 흙먼지로 뒤덮이듯, 그렇게 순식간에 그리움이 짙어지더니 이내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여러 명과 그룹 지어 친구를 맺거나,넓고 깊은 관계는 아니었지만, 한둘씩 깊고 끈끈하게 인연을 이어갔던 나에게친구들, 가족과 내 사이의 물리적 거리만큼 지나온 모든 시간이 아득해졌다. 언제 내가 그런 사람들과 함께했던 적이 있었나 싶게.. 그렇지만 나는 안다. 이것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한 나의 선택이었음을,예상했던 뻔한 과정이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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