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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어느 하루, feat. H 양

독일에서의 첫 면접비.

오늘 처음으로 면접을 보고 면접비라는 것을 받았다.

25 유로.



면접을 처음 본 것도 아니지만, 면접비는 처음 받았다.



블로그에 올린다고 돈 사진을 찍고 있는 내게 남편이 다가와서 그랬다.

도대체 돈 사진을 왜 찍느냐며,

그걸로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며,

자랑할 거냐며,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그건 넘 1차원 적이지 않나.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라서 이걸 공개로 올려도 되나 살짝 고민했었는데

그냥 올리기로 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자랑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올리는 건 아니니까.

(보여줄 것도 자랑할 것도 없지만 ㅠㅠ)



토마스씨가 공부를 느지막이 다시 시작하게 되어서 

우리 집은 독일어 어학이 끝나자마자 내가 일을 찾아다녔다.

어학이 끝나자마자 처음 지원한 회사에,

그것도 바로 집 앞에 있는 회사에

운 좋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단기 계약직이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끝나는 과정에서 나한테 빅엿을 선사했지만

운 좋게도 내가 해야 했던 일들이 한국에서 일했던 내 경력과

상당히 비슷해서 무리 없이 일을 했었고 그들도 만족스러워했다.

그때 그 회사로 받은 경력기술서와 (이건 또 의외로 좋게 기술해 준)

내가 한국에서 쌓아온 학력과 경력으로만 지금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막막하기 그지없었는데

면접을 준비하면서 노하우나 요령이 생기고

이런저런 상황에 떨어지거나 붙는다는 신호로

독일에선 어떤 표현을 쓰는지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독어에 울렁증은 여전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취업 준비하는 거와 독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도 힘들고 여기도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내가 한국에서 취업 준비할 때 그랬었다.

열 군데 이력서 보내고 한군데 면접 연락 오면 잘되고 있는 거고

열 군데 면접보고 한군데 합격해서 취업하면 잘 한 거라고.

독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몇 번만 더 보면 나도 곧 면접 열 번을 채우게 될 텐데..

그 전에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 면접비가 좀 의미가 있다.

일단, 우리나라는 대기업에서만 면접비를 주는데

오늘 면접비를 받은 독일 회사는 큰 회사는 아니었다.


공장과 사무실이 독일과 프랑스에 4개의 지역으로 분포하고 있지만

총 종업원 수는 사업 규모에 비해서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원래 면접비를 주지 않는데

내가 좀 먼 곳에서 면접을 보러 왔기 때문에 일부러 챙겨주셨다고 했다.


뭐랄까.

면접비를 받는 순간 너무 좋았다.

돈을 받아서 좋았던 것보다

무언가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고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메세지 같았다.


사실, 수십 군데 지원했지만, 간혹 한 번씩 면접을 보게 되었고

그나마도 회사가 좀 이상하거나,

회사의 바람과 내가 맞지 않거나 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나와 인연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두어 달이 되니 자신감이 확 죽어있었다.

독일어 때문에 안 그래도 좀 위축되는 데 말이다.

원래도 자신감은 없었어도 긍정적인 마인드는 있었는데

요즘은 재취업의 희망이 전혀 없어 보였고 좀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독일 날씨도 겨울로 접어들면서 빈번히 우울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사실, 자신감이라고 쓰긴 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가 죽어 버린 것이었다.

뜻대로 되는 것도 없고 쓸모없이 살며 시간을 버리는 것 같아 우울했는데

그동안 면접 보느라 지원하느라 고생한 나를 위해

이 회사로부터 용돈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름하여 취업 응원비!


꿈보다 해몽이지만

내일도 면접비가 있는 회사 면접이 있는데

나... 좀 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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