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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오늘 하루, feat. Thomas 씨

남편이 사랑하는 한국식 모기 잡기


한국식 모기 잡기라고 쓰긴 했지만, 

한국식인지는 모르겠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부모님께서 쓰시는 걸 보고 비싸지 않아서 하나 공수해왔는데,

몇 년째 8월에 독일에 있었던 적이 없었고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우리 집에서 근 몇 년 동안 모기를 본 적이 없어서

서랍 한 구석에서 조용히 썩어가던 것.

바로 이것.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기 라켓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충전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전기 충격(?) 라켓이다. 


모기를 발견하면 전기에 스위치를 켜고 

모기 근처에 가져다 대면 모기가 날라서 도망가다가 전기 망에 걸리면 타 죽는 방법이다. 

좀 잔인한 것 같은데.. 이게 정말 잘 잡힌다. 


올해 독일은 날씨가 진짜 이상하다. 

원래 5월쯤부터는 비가 거의 안 오고

특히, 7,8월은 거의 비가 없는데...

올해는 7월 말인데도 일주일에 두어 번씩 비가 온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유난히 모기가 엄청 많아서 윙윙 거리는 소리가 정말 성가셨다. 

무엇보다 나는 모기에 물리면 좀처럼 참지 못하고 벅벅 긁어대서 상처를 만들고 만다. 

그런데, 독일은 모기도 대왕 모기가 많다. 

물리면 정말 엄청 붓고 엄청 심하게 가렵고 또 오래간다. 


구석에 짱 박아둔 전기 라켓이 생각나서 한 두 번 사용했다. 

그러다가 귀찮아서 그냥 보일 때마다 손바닥으로 잡았는데..

남편이 그거 보더니 안쓰럽다고 라켓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저녁마다 거실, 서재, 침실, 돌아다니며 모기 사냥을 한다. 

한 마리 잡을 때마다 치직거리며 죽는 게 보이니 재밌다고. ㅋㅋ

자기 운동 안 해도 된다고. ㅋㅋ


그리고 가족 모임에서 전기 라켓 이야기를 꺼내며 강매하고 있다. 

지금 수중에 있지도 않으면서 ㅋㅋ 

굳이 부탁도 안하는데, 한국 가면 자기가 기꺼이 사다주겠다며..

그 설레발이 얼마나 웃긴지 정말 ㅋㅋ 못 말린다.


해가 떨어지면 전기 라켓을 들고 토마스 씨가 말한다. 


"여보. 모스키토 타임 있어요." (해석 : 여보, 모기 잡을 시간이에요.)


오늘도 우리 토마스 씨는 공중에 휘휘, 벽으로 살금살금. 

신나게 모기 잡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