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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우리 하루, feat. 독일

1시간에 30유로 벌기

"여보, 바빠?"


토마스 씨가 내게 와서 물었다. 


"나, 이발해야 해요."

"그래? 그럼 미장원 가요."

"아니, 아니, 여보가 해 주세요."

"귀찮아. 그냥 이번엔 미용실 가!"

"여보, 제발."

"알았어. 그럼, 오늘은 꼭 30유로 내!!"

ㅠㅠ


토마스 씨와 내가 가진 공통점 중의 하나가 

이발에 꽤 예민한 것이다. 

펌은 몰라도 헤어컷은 내가 딱 믿는 사람 말고는 쉽게 머리를 맡기지 못한다. 

조금만 맘에 안 들어도 너무 짜증 나고 화가 나는데, 게다가 그 화의 뒤끝도 좀 길다;;;;;


토마스 씨는 정수리를 중심으로 앞쪽까지 머리숱이 별로 없어서

무심하게 잘랐다가는 두피가 훤히 보여서 자칫 대머리로 보이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얼굴형이 못나서 잘못 자르면 못난 얼굴형이 드러나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있던 긴 머리에 한이 애착으로 변하고 집착(?)이 되어 그렇다. 


어쨌든, 신혼 때, 단골 미용실이 없었던 토마스 씨가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고민하기에

한번 잘라줬다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직접 잘라 주고 있다. 


그런데, 아 그런데, 그런데!!!!! 

나는 전문적으로 헤어컷을 배운 적도 없고 특별히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남편이 얼마나 예민한 지 알기에 대충 하기도 힘들다. 

그때, 그냥 잘라주지 말 것을... ㅠㅠ

후회해도 늦었다. 이제 남편은 헤어컷은 절대적으로 나를 믿고 있다. 


전부터 다음엔 나한테 꼭 미용실 비용을 지불해! 라고 해왔는데,

이번엔 꼭 받아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작부터 30유로 받고! 

앗싸!


너무 귀찮아서 두 달 넘게 자르지 않았더니 벌써 이렇게나 자랐다. 


여기서 조금 더 방치하면 요런 상태가 된다. 



그리하여 다시 잘라주기로 결정!

이발하는 중간 컷. 


그리고 드디어 완성!

짜잔~!! 

전문 기술이 없기에 나는 이 정도에 만족하는데,

반 곱슬머리인 토마스 씨도 만족하여, 

이렇게 계속 머리를 잘라주고 있다. 


처음엔 2시간 걸렸고, 점점 줄어 1시간 반이 되고 

지금은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이렇게 하여 머리 잘라 주고 뒷정리까지 해서 30유로 벌었다! ㅋㅋ


독일에서 남자 헤어컷은 대략 20유로 전후인데, 

워낙 독일 미용실이 별로이기로 유명해서 현지인인 토마스 씨도 잘하는 미용사를 못 찾고 

결국 늘 내게 맡기고 있다. 


가끔 남편 머리를 잘라주고 나면 묘한 위안이 된다. 

'음,. 나도 꽤 쓸모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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