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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우리 하루, feat. 독일

텔레파시 통한 장보기


우리가 오토 자동차를 구입하기 전에 쇼핑은 모두 남편의 몫이었다. 

(관련 글: 독일에 오토 자동차는 거의 없다. http://varamizoa.tistory.com/61 )


오토 차량이 생기고 나서는 번갈아가면서 장을 보는데, 

정말 가끔은 남편에게 장을 보라고 맡기는 게 불안할 때가 있다. 

꼭 일곱 살배기 아들에게 동네 마트 심부름시키는 기분. 

그 품목을 보면 그렇다. 


필요한 것만 사오면 되는데, 

꼭 과자니 초콜릿이니 군것질거리를 추가로 사 오니. ㅎㅎ

얼마 전에 토마스 씨 혼자 장을 봤었는데, 

내가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쭈뼛뿌뼛 장 본걸 내어 놓고는 나한테 궁디팡팡 당하셨다. 

으그..못 산다 진짜. 


얼마 전엔 친구의 남편이 장기 출장 간 틈을 타 친구네 집을 다녀왔다. 

집으로 들어오면서 며칠 전에 냉장고에 몇 가지 품목이 비었던 것이 생각났다. 

먹는 생수도 거의 떨어져 가고 있었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마침 생수를 사 먹는 마트도 있었다. 

독일에서 일정 농도 이상 칼슘 함량이 높아지면 물을 못 마시는 나 때문에, 

생수는 늘 사서 먹는데 그 생수가 Lidl 이라는 마트에서만 판다. 

돌아오는 길에 생수도 살 겸 들러서 간단하게 장도 봤다. 


집으로 돌아와서 장본 물건들을 정리하는데,

짧은 비명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악!


내가 없는 사이에 토마스 씨가 내 자전거를 타고 장을 봐둔 것이다. 

그런데, 

품목이 똑같다. ㅋㅋ

자전거로 생수를 실어 나를 수는 없어서 생수 빼고 품목이 같다. ㅎ



그래서 졸지에 집에 소고기 간 것만 두 팩, 합쳐서 1kg이 되었고,

우유도 2x2=4 팩이나 되고, 

계란도 두 박스나 생겨버렸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모둠 샐러드도 두 봉지, 양파도 두 망, 

요거트도 8개;;; 텔레파시 통한 듯이 똑같은 장보기..-_-


사실,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나는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남편의 식성에 맞춰서 

닭, 돼지고기, 소고기, 다진 소고기, 안심, 이런 것들을 돌아가면서 하나씩 산다. 

그리고 나머지는 늘 집에 있는 것들. 

그래도 이번처럼 이렇게 사전에 짠 듯이 똑같이 장본 적은 처음이다. ㅎ

졸지에 처치 곤란한 고기가 1kg이나 생겨서 걱정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괜히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 우리가 닮아가고 익숙해져 가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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