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in DE/오늘 하루, feat. Thomas 씨

부부싸움을 부른 외국인 남편의 한국어

제목에 부부싸움을 붙이니 우리가 맨날 싸우는 부부 같은데...

맨날 싸우는 부부 맞다. ㅠㅠ ㅋㅋㅋㅋㅋ

우리는 나이 차이가 조금 많이 나는 연상연하 커플인 데다

남편이랑 내 성격이 너무 비슷해서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며 살고 있다.


우리 둘 다 우기기 대장이고

둘 다 욱하며 불같이 화를 내서 곧잘 투닥투닥거린다.

그런데 남편이 나와 다르게 애교가 넘쳐 흐르고

나와 다툰 상태로 5분 이상을 힘들어하기에 그의 주특기인 애교로

나를 웃겨서 금방 풀어지며 그런대로, 나름대로 알콩달콩 지내고 있다.


우리 모두를 화나게 했던 한국어의 미묘한 차이로 답답했던 일화 하나를 써볼까 한다.

나는 답답하고 복장이 터져서 화가 났고

남편은 답답하고 억울해서 화나 났던 일이다.


남편은 알고 있는 한국어가 몇 되지도 않으면서 실생활에서 자주 쓰고 싶어 하고

올바르게 사용한 경우 스스로 매우 대견스러워하며 기뻐한다.

거기다 내가 칭찬까지 해주면 아주 신나서 기고만장 난리도 아니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자꾸 써주는 남편이 예쁘고 고마워서 나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데,

이것은 남발한 칭찬이 부른 참사다.


다음 대화체는 한국어 대화체이며,

남편의 서툰 한국어임으로 문법적 오류와 말도 안 되는 말이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ㅋㅋ


Ep 1.


나 >     밥 먹고 차 마시고 싶어?

톰 >     네네네~~~

나 >     차를 마실 물을 끓이고 있다.

톰 >     지꿈 모해요? 가자. 가자. 빨리 가자.

나 >     ????????????????? 왜???   어디?????

톰 >     차 가고 싶어요.

나 >     이 바보야. 내가 마시자고 했잖아! 누가 타자고 했어?

톰 >     바보 모에요? 빨리~ 빨리~ 가가~~!!

나 >     -_-;;;;;;;;;



Ep 2.


나 >      제육볶음 맛있어요?

톰 >      네네네~ 맛있다!

나 >      진짜 맛있지?

톰 >      응. 맛있지!  진국이 맛있지!                          (이럴땐 맛있지! 가 아니라 맛있어! 라고 ㅠㅠ)

쪼꿈볶음 is one of my favori~~~tes~~~!      (쪼꿈볶음이 아니라 제육볶음 이라고! 왜 말을 해도 외질 못하니 ㅠㅠ)  

나 >      근데, 조금 짜?

톰 >      차? 차 없어요. 안 가. 제육볶음 먹어요~         ( 안 나가. 제육볶음 먹을꺼야.....라는 의미)

나 >      짜냐고???

톰 >      ㅠㅠ  짜 뭐에요?? 차 아니에요. 쪼금볶음 이에요. ㅠㅠ

나 >      ㅠㅠ Sprich mal einfach auf Deutsch! bitte.  (그냥 독어로 말해. 제발 ㅠㅠ)



Ep 3.


톰 >     자 가!!

나 >     ???

톰 >     언제 자 가요?

나 >     Also, du hast gemeint, wann ich ins Bett gehe? (그러니까, 니 말은 나 언제 자러 가냐고?)

톰 >     네네네~

  


그렇다.

우리 토마스 군이 헷갈리는 단어가 바로

차(타는), 차(마시는), 짜, 자(잠자다), 이다.


에피소드 3은 그냥 '자다'라는 단어를 활용하지 못해서 이상하게 말하는 에피이고

에피소드 1과 2는 싸움이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내가 짜증을 부린 일화이다.


짜증의 이유는 한참 설명 하다가 발음이 다 같으니 그냥 독어나 영어로 말하라고 해도

죽어도 자기는 확실하게 발음하겠다며 내게 저 단어를 무한 반복시킨 것이다.

그러다가 자기가 하겠다고 해 놓고선 아무리해도 잘 안되니 갑자기 버럭하는 남편을

잘 토닥이지 못하고 그만 같이 버럭.-_-


그러니까, 그만 하래도 말을 안 듣다.

요즘 우리는?

이제 이런 걸로 짜증이 나거나 욱할 일이 없다.


곧 죽어도 활용하고 싶은 남편 잘한다고 칭찬해주면서 그냥 내가 눈치로 알아먹는다. ㅠㅠ

고맙고 예뻐서 ㅠㅠ


결론,


차, 차, 짜, 자.


모두 '챠' 로 발음하는 건 웃프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챠~~


발음도 발음이지만 생긴 모양도 똑같아서 잘 구별이 안 된다고

ㅠㅠ





이게 어떻게 구별이 안 되는 거지?? 왜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