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랬다 1.
응. / 응? / 응! / 응~으~응 / 으으으응!! (도리도리 하며)
모든 한국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대화 중에 ‚응‘ 이라는 단어를 중간 중간 섞어 쓰는
습관이 있다.
영어로 I mean.. 이나 well 처럼 쓰기도 하고
독어로는 Also 정도로 쓰이기도 하고
또 길게 소리내서 음..처럼 소리를 내면
스페인어로 aber 처럼 쓰이기도 한다.
결론은 억양과 길이로 여러가지 의미가 된다는 거다.
토마스와 나는 신혼초에 엄청나게 많이 싸웠었는데
그 대부분이 아주아주 사소한 이유들이 발단이었다.
그래서 어디다 하소연하기도 참 민망했던.
그러나 싸우느라 속상했던. ㅎ
여튼, 이 습관 때문에 아주 여러번 다투기도 했는데.
이유가 토마스는 억양과 길이를 전~~혀 구분할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의 토마스씨는 다 똑같은 한단어 였기 때문에
쉽게 오해를 했고 나는 그 오해를 또 오해했던 것이다.
이를 테면,
톰> 카레 남은 거 내가 먹어도 될까?
나> 으으응!! (도리도리)
톰> 오케이. 고마워! (냠냠냠 /폭풍 흡입)
나> (잠시 뒤) 이거 왜 하나도 안남겼어??
내가 일부러 아껴둔건데????????
그리고 나는 대박 화내고.
토마스도 같이 화내고 분명 내가 응! 이라고 했다며.
물론 그는 음식을 보며 물어봤으니
내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것을 보지 못했던 것임.
또 하나는.
톰> 우리 영화 볼까?
나> 응? (못 들음)
톰> 뭐 볼까? 000 나왔는데 그거 볼까?
나> 뭘 봐? 응?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함)
톰> 오케이. (TV 를 끄고 DVD 를 켬)
그리고 나는 대박 화냄.
보고 있는 채널 끄고 왜 갑자기 DVD 돌리냐고.
토마스 말인 즉, 내가 계속 응! 이라고 했다는 것임.
쓰고 보니 음성지원을 못하니
별거 아닌 에피소드 같고
엄청 욱하는 내 생격이 넘 노골적으로 드러나네 ㅋㅋ ㅠㅠ
물론, 지금이야 이런 문제로 싸우지는 않는데
초반엔 나는 저런 식으로 욱하게 되고
토마스는 자긴 잘 못 들은 것이 아니라고 우기며
너의 그 단어 정말 너무너무 싫다고 막 화를 냈다.
서로 그냥 차근차근 설명하면 될 것을 불같은 부부라.
설명하기 전에 욱욱 하고 그런 상대방 보며 또 욱해서 지르고.
> 너 지금 화냈어?
> 니가 나한테 어떻게 그래?
> 왜 화를 내?
막 이렇게 오버하면서 투탁투닥했었다.
그때는 그랬다.
특히, 어느 한쪽이 예민한 날 그랬던 것 같다.
그 억양이 어떻게 똑같이 들리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고.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어는 그저 너무 이상했다.
토마스가 한국어를 전혀 모른다면
또 달랐을지도 모른다.
토마스가 처음 우리 부모님을 보는 날이
결혼허락 받는 날과 같은 날이었는데
(거리가 거리다 보니 자주 올 수 없으니)
영어를 못하는 우리 부모님을 위해
점수를 따고 싶은 마음에
4달 동안 학업도 제쳐두고 열심히 한국어를 독학했었다.
그리고 그 네달의 한국어는 여러 웃긴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오해를 불러 싸움을 키우기도 했다.
지금 저 습관처럼. ㅋ
여튼,
매번 싸우면서 토마스는 내가 습관을 고쳐주길 바랐고.
나는 토마스가 한국어를 더 배워주길 바랐다.
결국 지금은?
토마스는 평생 습관인 내 습관을 그냥 받아들였고
나는 토마스에게 고마워하는 걸로. ㅎㅎ
그리고 토마스는 요즘 제법 구분을 하고 오해할 만한 응,에는
두 번 묻는 습관을 들였다. ㅋ
그리고 자신에게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전화를 끊을 때,
막 블라블라 떠들고..
끝에
응.응..응…알았어.. 으~~~으~~응! 하면서 끊는 거다.
알았어, 까지 한국어로. ㅋㅋ
톤이 제법 자연스러워서 그거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는데,
어디서 배우긴.
나말고 또 누가 있겠어.
내가 범인이다.
그런데 범인은 전혀 몰랐다.
내가 전화를 그렇게 끊는 줄.
덧.
토마스 베프가 어느날 물었다.
너 말 중간 중간에 쓰는 그 말은 도대체 어느나라 말이냐고.
응? 응! 으~~응. 응응 (추임새로 연달아 짧게)
한국어냐고.
자기한테 왜 한국어 쓰냐면서
ㅠㅠ 이런 표정으로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이제 토마스가 주변인들에게 오해를 사고 있다. ㅋㅋ
그 일이 있고 며칠 뒤,
학과 교수를 이야길 하는데,
교수가 좀 이상하게 자꾸 흘긋 흘깃 보기에
좀 의아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교수 말 끝마다.
자기가 응! 응! 응! 하고 있더라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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