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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우리 하루, feat. 독일

딸기로 토마스씨 놀린 이야기

요즘 독일에 마트에는 딸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향기만 맡아보면 아주 달달하니 정말 맛있을 거 같은 '척'을 하고 있는데, 

사실 독일 딸기에 한 두 번 속아 본 것이 아니다. 

맛이 없다. 


독일에서 먹는 딸기가 늘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딱 그 제철에만 '잠깐' 맛이 좋고 끝이다. 

그것도 직접 농장에 가서 딴 딸기나 농장 근처에서 파는 딸기가 맛이 좋다. 

그리고 아주 아주 아주 '우연히' 그리고 '가끔' 또 '운 좋게'

마트에서도 달달한 딸기를 득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맛을 보고 맛있어서 다음 날 달려가면 이미 그때 맛있던 그 딸기는 

행방이 묘연해진 후다. 

분명 딸기 같은 녀석들이 다시 진열되어 있지만, 

그 전날 먹었던 그 맛은 아닐 확률이 높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비싸다!

한국의 딸기도 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맛이 있지 않나? 양심적으로?

독일에서 살 수 있는 딸기는 가격도 비싸면서 비양심적으로 맛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딱 늦봄, 초여름에나 먹을 수 있다. 


어느 겨울, 

독일에서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때!

몸이 안 좋아 며칠 누워있던 H양. 

토마스 씨에게 거의 울면서 말했다. 


"여보, 나 설탕 딸기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


겨울엔 딸기를 살 수 없다며 미안해하는데, 

내가 그때 중얼중얼 말했다. 


"한국에선 한겨울에도 설탕 넣고 키운 것처럼 아주 달달한 딸기를 먹을 수 있는데..."


내 말끝에 남편의 우기기가 시작되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사기 치지 마라. 

너는 거짓말쟁이다. 

세상에 겨울에 딸기를 한국에서 어떻게 사느냐. 

한국 겨울은 독일보다 춥지 않으냐. 

유럽에서도 겨울엔 스페인에서 겨우 딸기가 날까 말까 한다. 

내가 한국을 두 번이나 가봤는데 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으냐. 


속사포처럼 말도 안 된다며 우기는 데, 

구글링 한번 하면 다 증명될 것을 우기는 남편이 귀여워서 같이 장단을 맞춰줬다. 


"독일 바보가 여기 있네. 한국에서는 겨울에도 딸기를 생산한다고. 이 바보야."


니가 바보네, 내가 바보네 둘이 계속 이렇게 투닥거리다가, 

남편이 결국은 구글 검색을 생각해냈다. 


"여보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어!"


속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 있었다. 

그리고 야심차게 구글링을 하던 남편의 표정 변화. 

구글에서 검색 결과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계속 우겨보시지?"


남편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주장한 것이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우김. ㅎㅎ


겨울에 비닐하우스까지 만들어서 딸기를 재배하는 것이 정말 의외였다고. 

그러면서 하는 말, 한국은 뭐든 하려면 다 할 수 있는 나라 같다며 ㅎㅎ

이 에피소드 이후, 토마스 씨는 무조건 우기는 일 없이 

일단 구글링을 먼저 해본다. ㅎㅎ


그리고 후에 시댁 식구들을 같은 방식으로 놀려 먹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