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다른 나라에서만큼 미국식 패스트 푸드가 대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일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유럽에서는 미국식 패스트 푸드가 한국이나 미국처럼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대히트 상품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민족의 특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를 든든하게 해줄 수 있는
독일식 패스트 푸드가 많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적게는 1.5유로 많게는 5유로까지, 5유로를 넘지 않는 가격에서 저렴하게 배를 채울 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길거리 가판점처럼 딱 그만한 크기의 작은 프레즐 상점들.
2유로 내외의 가격으로 2-3개 정도 구입하여 가볍게 배를 채울 수 있다.
그리고 유동인구가 조금이라도 있는 번화한 곳에 꼭 있는 감자칩 상점도 있다.
감자칩 상점에서는 보통 감자칩만 파는 것이 아니라
케첩에 카레가루를 섞은 소스를 얹어 주는 커리부어스트( Currywurst: 카레소시지)나,
작은 빵에 소시지나 끼워 (미국식 핫도그와 비슷하지만 빵 종류가 다른) 간단하게 팔기도 한다.
근처 길거리에 흔한 빵집과 카페에서는
그다지 햄과 치즈에 채소나 토마토를 곁들인 비싸지 않은(햄버거보다 싼) 샌드위치도 1.5유로에서 3유로면 사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수제 햄버거 가격이 패스트 푸드점에서 파는 햄버거와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
비슷한 가격이 있는 곳들도 더러 있고 비싸도 3,-5유로 이상 더 비싸게 파는 경우도 없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데,
굳이 10유로 내외나 하는 '비싼' 패스트 푸드의 세트 메뉴를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꼭 세트메뉴가 아니어도 햄버거 단품만으로도 이미 가격 면에서 저렴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일에는 '케밥'이 있다.
흔히들 케밥이라 부르지만, 상점에는 보통 되너(Döner)라고 쓰여 있다.
스페인이나 프랑스에도 쉽게 볼 수 있지만 그중에 독일에서의 케밥은
미국 내의 스타벅스를 보듯이 블록마다 가게를 볼 수 있다.
번잡하지 않은 작은 동네에도 독일엔 케밥 집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많네 하고 넘기고 말 것이 아니라,
그만큼 독일에는 터키에서 넘어온 이민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우리처럼 독일로 넘어온 이민자들이 고국의 음식이 그리워서,
또는 이것저것 해보다가 잘 안 되어서 결국은 케밥 집을 연다는지,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이유로 독일에서 패스트푸드 중 1등이다.
중요한 것은 가격대비 품질이다.
이미지: Döner Kebab - commos.wikikmedia.org이미지 : Dürüm Döner marions-kochbuch.de
야채만 있는 것도 2 - 2,5유로 비싸도 3유로 정도인데, 그 양이 엄청나다.
고기가 듬뿍 들어간 것도 3 -5유로인데, 어린아이의 팔뚝만 한 것도 있다.
보통 점심때 먹고 저녁때가 지나도 쉽게 꺼지지 않는 대단히 든든한 한 끼가 된다.
게다가 채소도 충분히 많은 양이 고기와 함께 샌드되므로 영양 면에서도
나름 꽤 균형 있는 한 끼가 된다.
같은 가격의 1/2 또는 1/3 크기의 햄버거보다는 훨씬 이득인 셈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 역시 독일에서는 햄버거보다 케밥을 더 자주 먹게 되고
간단하고 빠르게 점심을 해치우고 싶을 때는 케밥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나는 주로 채소와 치즈가 들어간 Dönner를 먹는데,
크기가 성인 남자 손바닥을 편 크기보다 크거나 그 정도 크기이며,
두께는 일정하지는 않지만, 평균 1,5 - 4cm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둥그런 빵을 가르고 그 안에 채소를 욱여넣기 때문에 가장 안쪽은 상대적으로 얇다.
사실, 케밥 맛은 개인적으로 스페인이 더 맛있다. (소곤소곤)
내가 처음 케밥을 스페인에서 먹어서도, 스페인을 좋아해서도,
케밥에 추억이 있어서도 더더욱 아니다. 그냥 개인적인 입맛에서 그렇다. ㅋ
( 케밥에 얽힌 추억 : http://varamizoa.tistory.com/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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