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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우리 하루, feat. 독일

나는 독일의 10%다.?

독일 사람들은 정말 수동 자동차만 몰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몇 %의 독일인들이 수동 기어의 차를 모는지는 수치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알아본 바로는 대략 90%의 독일인이 수동 변속 자동차를 운전한다.

비록, 정확한 수치도 아니고 점점 변화하는 추세이지만 어쨌든, 어쩌다 보니, 독일에서 나는 자동 변속 기어 차량을 운전하는 (대략) 10%에 속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 내가 독일에 왔을 때 조금 충격이었다.

(수정 추가 : 현재는 약 20% 정도로 증가했을 수도 있음.)


남편 때문에 독일로 이주하기 전까지 나는 독일엔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다. 당연히 독일에서 살 거란 생각조차 해본 적도 없었다. 

외려, 스페인 사람, 문화, 나라, 음식에 빠져서 늘 스페인에 사는 것을 꿈꾼 적은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2002년에 면허를 땄고 약 2005년쯤 부터 대략 7년 정도 운전을 했다. 

한동안 자동차로 출퇴근 한 적도 있으며 일주일에 몇 번씩 꾸준히 운전을 했었고

장거리 여행도 많이 다녔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복잡한 서울 도시에서도 운전했었기에 운전에는 두려움도

없는 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동 면허라는 것이다. 


독일로 오기 전에 취득한 한국 면허증은 독일에서 독일 면허증으로 교환되는 장점이 있지만

내게는 그 장점이 무용지물이었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독일은 수동 차량이 90%에 달하기 때문이었다. 

나처럼 자동 면허 소유자는 일단 독일 자동 면허증으로 교환한 후, 

수동기어 실습과 시험 통과를 하면 바로 수동 면허증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이때, 필요한 비용은 운전면허 학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0 - 1,000유로 정도 필요하다. 

수동을 잘 운전하면 500보다 덜 들 것이고 나처럼 수동에 영 감각이 없는 사람들은 500 이상이 들것 같다. 


독일에서 필기부터 수동 면허를 소지하기까지 걸리는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든다. 

최소 1,000유로에서 3,000유로 정도 쓴 사람도 봤다. 

예전에 어학 할 때 동유럽 여자애가 있었는데, 자꾸 시동을 꺼트려서 시험에 낭패를 보게 되어 

결국 3,000유로 정도까지의 돈을 쓰고 나서 수동 면허를 겨우 따게 되었다. 

결론은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도 일단 자동 면허를 교환했고, 

나중에 추가 실습과 시험을 봐서 수동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우리 남편은 그때 당시 수동 차량을 몰고 있었고 그래서 가끔 연습을 해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영 감각이 없었다. ㅠㅠ


결국 그래서 미루고 미루고 연습을 피해왔었다. 

그런 우리 모습을 본 시부모님께서 우리가 돈이 아깝거나 없어서 미루시는 줄 아시고는

내 생일 때 선물로 300유로를 주셨다. 

운전 연습하는데 보태서 얼른 수동 면허를 취득하라고 ㅋㅋ

그래서 감사합니다. 하고 받았는데 나는 너무도 수동 기어를 운전할 자신이 없어서 

계속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그렇게 또 약 반년의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가 되었는데

나는 여전히 학원도 등록하지 않은 것이다. 

그 모습에 우리 시부모님께서는 돈이 많이 들어서 부족하시다고 생각하셨는지, 

운전학원비에 보태라는 명목으로 생일 때와 비슷한 금액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주신 거다. ㅠㅠ


사진만 봐도 머리 아프다.

자동은 그냥 내렸다 올렸다만 하면 되는데, 

수동은 올렸다 내렸다 옆으로 가야 하고 또 엑셀도 써야 하고................


나는 더이상 수동 면허 따는 것을 미룰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태로 몰리고 만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이듬해 2월쯤 학원을 등록했다. 

그런데 또 등록만 해 놓고 학원을 안 갔다. ㅋㅋ

정말 하기 싫었기에 ㅠㅠㅠㅠㅠ

그렇게 또 한 달, 두 달, 시간이 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리 집 자동차가 고장이 나고 만 것이다. 


독일은 2년 마다 자동차 검사(TÜV)를 실시하는데 꽤 철저하게 진행하여

당장 몰고 다니는 데 이상이 없더라도 중요한 혹은 

어떤 결정적인 결함이 발견되면 예외없이 폐차 처리가 된다.  

그 기준이 반드시 오래된 차량이라고 해서 불합격 되는 것은 또 아니다. 

우리 차는 당시 10년 이상 된 정말 오래된 할아버지 차량이었지만, 

상태가 꽤 좋아 우리는 몇 년 더 쓸 줄 알았는데 그만 망가지고 만 것이다. 


졸지에 새 차가 필요해진 우리 부부. 

결국엔 새 차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내심 자동 기어 차를 사기를 바랐지만

한 마디 의견도 내지 않았다. 일부러 그랬다. 

마치 내가 이 순간을 기다려 온 것만 같아서 일부러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아버지께서 이왕 사는 거 자동으로 사자고 강력하게 주장하시게 되었다. 

그에 따라 남편도 시아버지 의견에 동의하여 사게 되었고,

차량을 구매할 때도 나는 소극적으로 의견을 보탰다. 

너무 적극적이면 내심 바랐던 내 마음이 티 나므로 ㅋㅋ


그렇게 나는 독일에서 운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드디어. 

결국에는. 



(이미지 출처 : thecarconnection.com)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운전하게 된 우리 차. 

Opel을 선호하는 우리는 오펠을 사고 싶었지만 비싸기도 하고

자동 구하는 오펠은 쉽지 않아서 사게 되었던 차다. 



독일은 차량 구매 시에 자동 차량이 수동 차량보다 적게는 1,000유로

많게는 3, 4000유로 가량 더 비싸다. 

게다가 처음에 언급했듯이 90% 정도가 수동 차량을 몰기 때문에 

매물도 내 마음에 드는 자동 차량을 찾는 것이 힘들다. 


그렇다면 독일인들은 왜 수동 차량을 선호하는 것일까?

남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의 대답은 사전에 미리 다들 짠듯이 비슷하다. 

일단, 기어 변속 시 연료가 훨씬 적게 들어서 연비가 자동보다 훨씬 저렴하기도 하며

자동을 몰고 장기간 운전을 하면 심심해서 졸음 운전 하기 쉽다는 의견까지 있다. 


무엇보다 내가 봤을 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독일인들은 은근히 변화에 있어서 수동적 면이 있다. 

거부감이 없고 오픈마인드를 가진 듯 보이지만, 선뜻 새로운 것을 받아드리고 취하는데

비교적 소극적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음식, 패션, 차, 집, 그런 것들에서 익숙한 것을 더 선호하고 

그 속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느끼는 것 같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같은 느낌으로 이왕이면 익숙한 것이 좋아, 같은 느낌인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주변에 다들 수동 기어 차량을 운전하며, 

나도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운전하는 데 문제 없고 잘 살아왔기 때문에

굳이 자동 기어로 운전을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좀 재밌는 반전이 있다. 

우리 집 시댁 식구들, 특히 시아버지와 남편은 보통 독일인들처럼 저런 의견이 확실했다. 

왜 자동 기어 자동차가 필요하지? 연비도 비싼데?

지금 남편은 우리의 자동 기어 차를 무척 사랑하고 아낀다. ㅋㅋ

간혹 우리 둘이 자동차가 필요한 날은 남편이 시댁에서 차를 빌려서 수동을 몰게 되는데

그럴 땐 집에 와서 연신 우리 자동 기어 차량을 찬양하고 있다. 


우리 아이가, 아니 우리 남편이 변했다. 

그런데 우리 남편뿐 아니라, 우리 차를 몰아본 시누와 시댁 어른들도 모두 

자동 기어 차량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다음에 차를 바꿀 땐 모두들 자동으로 바꿀 것이라고 벌써부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가 아는 친한 동생 남편도 우리 토마스 씨랑 비슷해서

그 동생에게 절대 자동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해서 꽤 오래 운전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아이가 아이를 갖게 되면서 차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사게 되었는데

그 차를 계속 이용하더니 완고했던 동생의 남편도 아내의 다음 차로

고민없이 자동 기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 주변에 한독커플도, 한국인 아내를 둔 독일인들은

시간이 좀 걸리긴 하더라도(이해하지 못해 스스로 이해하기까지)

결국엔 다들 자동 기어 차량을 구입하게 되었다. 

내 친구의 독일인 남편들도 처음엔 절대 굽히지 않던 고집도

일단 운전을 해본 뒤에는 그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우리 집과, 내 친구 부부는, 

독일의 10%다. 

자동 변속 기어 차를 몰고 있는. 




+)) 덧


우리가 자동 기어 차를 구매한 후, 토마스 씨가 하는 말.  (번역체 주의)


 - 우리 여보가 우리 수동 기어를 싫어해서 우리 자동차가 망가지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우리 자동차는 슬퍼했다. 

슬픈 우리 자동차는 그래서 아팠다. 

우리 여보가 우리 자동차를 죽였다. 

불쌍한 우리 '수동 기어' 자동차. (unser armes manuelles Auto. ㅠㅠ)


이걸 독일어로 말하면서 내내 우리 여보는 한국어로 중간에 섞어 쓰던 것이 

얼마나 우습던지..

deshalb unser Auto 슬푸다.  (해석 : 그래서 우리 차 슬프다. )

대충 이런 식으로 문법 파괴와 무분별한 한국어 사용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