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가끔 남편이 얄미울 때 보는 글.
2011,
my second Camino, was Camino del Norte and primitivo.
2011년 북쪽길, 그리고 프리미티보, 두번째 카미노
Camino del Norte in 2011.
5 years ago already and here is my keywords from the way :
wandering, decision. people. life. living. pros and cons. existence. hope. wish. future.
dream. ideal. reality. age. courage. rain. fog. mist. wind. morining dew. spider. frist love.
last love. pure. stick. clouds. love. destiny. or. fate. friends. family. marriage. lonely.
breakup. farewell, fear. romance. exciting. pain. insomnia. melancholy. weather. relationship.
두 번째 카미노의 키워드 :
방황. 결정. 사람. 삶. 인생. 다른 점. 장점. 단점. 미래. 희망. 이상. 꿈. 현실. 나이. 용기.
바람. 안개. 비. 이슬. 거미. 순수. 첫사랑. 마지막 사랑. 지팡이. 구름. 사랑. 인연. 이상형.
친구들. 가족. 결혼. 이별. 두려움. 설렘. 통증. 불면. 우울. 날씨. 관계. 고독.
사람이 무서워 사람을 피했는데, 아이러니하게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버린 두 번째 카미노의 시작.
사람들 속에서 살며, 부딪히며, 남은 크고 작은 생채기들이 나로 하여금 혼자 있고 싶었고,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예전 같지 않은 컨디션 난조에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자주 쉬었다.
바닷가를 걸을 때 온통 가족과 커플들 뿐이었고, 그 속에서 나도 생각했다.
내게도 인연이 있을까? 있다면 그 사람은 어디쯤 있을까?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나만의 왕자를 나도 곧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또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남자를 만났다.
그러나, 나와는 너무 다른 그에게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내가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었던 유일한 한 사람이었다.
대게는 영어를 잘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웠거나, 그 마저도 몇몇 없던 북쪽 길이었다.
지독하게 고독해서 미치도록 사람이 그립고 대화에 굶주린 어느 날,
그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죽을 거 같던 길이 조금씩 편해졌다.
그와의 동행은 뜻밖이었지만, 의외로 잘 어울렸다.
여느 남자들과 다르게 천천히 걸었던 그.
덕분에 나와 걸음걸이가 비슷해 서로 굳이 맞추지 않아도 잘 맞았던 걸음.
오전엔 내가 앞서고 오후엔 그가 앞서서 서로의 발걸음에 힘을 얹어 주던 우리.
그와 함께 걷게 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때때로 토라진 그가 귀찮을 때도 있었고,
가끔 서로 너무 안 맞는 부분에선 마찰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던 최고로 잘 맞는 한 쌍이었다.
사물을 바라보는 폭넓은 시선과 깊은 관점을 갖은 그.
동물을 사랑하고 살아있는 모든 생물과 식물을 존중하여 쉽게 살생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던 그.
북쪽 길에서 만난 피레네와 같은 거대한 언덕과 산을 그와 함께 걸었다.
그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점점 지쳐 거리가 멀어지면 언제나 뒤돌아서서 나와 일정 간격을 유지해주던 그.
너무 뒤쳐진다 싶을 땐, 적당한 그늘에 자리 잡고 앉아 기다려주던 그.
그리고 했던 티 나는 착한 거짓말.
"나도 여기서 막 쉬려던 참이었어."
북쪽 길은 프랑스길에 비해 산을 오르내리는 일이 많고,
제대로 닦이지 않은 길들이 많아 참 힘들었는데, 그만큼 절경이기도 했다.
첫날, 그런 아름다움을 혼자서만 본다는 것이 참 아쉽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함께 나눌 사람이, 함께 바라보며 감동할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참 좋았었다.
지금도 가끔 뙤약볕이 내리쬐는 그런 날엔 그 날의 우리가 생각난다.
열심히 걷고 또 걷던 몇 년 전 그 여름. 그와 나.
정상에 오르면 언제나 주위를 크게 돌아보며 숨을 내쉬었던 그.
그리고는 쉼 없이 바로 내려가려는 나를 붙잡고 산을 올라왔으면 아래를 좀 내려다보라고 잔소리했고,
덕분에 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절경을 놓친 적이 없었다.
첫 번째 카미노는 새벽같이 일어나 새벽을 걸으며 일출을 많이 보며 감동했는데,
두 번째 카미노는 그와 걷게 되면서 늦게 일어나 늦게 까지 걸어서 일몰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처음엔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출을 못 봐서 많이도 속상했는데, 일몰도 일출만큼 사무치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는 안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프리미티보에서 매일 아침 보던 안개는 운치 있어 좋다고 했다.
나는 원래도 안개를 참 좋아했고, 프리미티보에서의 안개는 단연 내 인생의 최고였다.
구름처럼 발아래 깔린 안개를 바라보며, 설마 우리가 저길 지나치는 것 아니겠지... 했는데,
우리는 구름 위를 걷듯, 안개 위를 걷고 안갯속을 걸었다.
프리미티보에선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신비로운 안갯속을 걷는 걸 좋아했고,
프리미티보는 게으르고 여유로운 우리를 위해 정오까지도 안개가 자욱했다.
길 위에서 함께 걷던 시간들을 돌이켜 봤을 때, 나는 제일 먼저 배낭을 멘 그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기다려주던 모습도.
아직도 생생한 안개 가득한 아침.
그 속을 걷고 있으면 코 끝에 이슬이 맺히곤 했었고.
간혹 안개가 심할 땐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안개가 걷히면서 햇살이 비출 때는 또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에 가끔씩 정말 왈칵 눈물이 났다.
프리미티보는 그래서 참 특별하다.
북쪽 길에서 프리미티보로 빠진 것 또한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헤어질 시간은 다가오고.
계절도 어느새 바뀌어 파란 이파리 끝에 맺히던 이슬들이 낙엽 위로 내리기 시작했다.
순례자도 거의 보이지 않는 10월 말이 되었고.
우리는 루고에 도착했다.
루고에서 우리는 어쩌다 보니 이틀 밤을 묵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에 또 오고 싶다고 했었지만,
정말 그것이 실현될 거라고는 기대할 수 없었지.
그래서 다시 루고에 갔을 때 정말 행복했다.
게다가 그와 함께, 다시.
산티아고는 여전했다. 언제나처럼.
하늘과 새가 그런 것처럼
피니스테레의 바다도 한결같이 아름다웠다.
피니스테레에 정통 이탈리아 피자집에서 하루, 1인 1 피자.
거기 피자 또 먹고 싶다.
내 핸드폰에는 아직도 거기 피자집 와이파이 비번 저장되어 있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갈리시아 산 와인을 마시고 피니스테레에서 보낸 마지막 밤.
다시는 우리가 만나지 못할 것 같았던 그 날.
벌써 5년 전 추억이 된 그 날을 아직도 가끔씩 기억한다.
얼마나 서로에게 소중했고 간절했는지
살면서 나는 가끔 잊는다.
끔찍하게 그립고 간절했던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