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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어느 하루, feat. H 양

독일에서 커플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질문 어쩌면 당연히 조심해야 하거나 조금 민감한 문제인데,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하거나 받았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그런 질문을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살던 문화에 살다가 독일에서 실수했던 내 경험이다. 유럽이 전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는데, 독일에서도 커플들이 결혼을 잘 안 한다. 아니, 살아보지도 않고 그 사람을 얼마나 안다고 결혼을 해? 결혼을 한다 해도 결혼 자체를 한다기보다 제도적인 편의나 혜택에 의한 경우도 많다. 보통은 서로 조금 알고 지내고 사귀며 지내다가 함께 동거를 시작하는데, 동거에 대한 인식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동거도 연애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 그래서인지 동거 없이 결혼을 한 커플에 대해 조금 의아해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유럽처럼 당연시하는 문화가 아니.. 더보기
김치 만들다가 아련해지면서 죄책감까지 느껴본 건 처음;; 얼마전에 3년 만에 한국다녀왔는데도 돌아와서도 계속 한국음식만 먹고 싶다.나이가 한살씩 들어가면서는 더욱 더 빵이나 피자같은 음식은 보기도 싫고..그냥 오로지 밥에 반찬, 김치 이런 것만 좋은 거다.. 그래서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무를 주문해서 김치를 했다.휴가 때 엄마가 해주신 알타리 김치가 너무 맛있던 기억에 처음으로 알타리 무도 두 단이나 주문했고 그리고 드디어 김치를 손질하는데...하는데..........하는데.......... 반 이상이 이렇게 벌레가 먹어 있었다. 그래서 김치 먹다가 벌레까지 같이 먹어서는 안되니까 소름끼치고 징그럽고 그러면서 조심 조심 벌레 먹은 부분을 열심히 정리했다. 벌레를 너무 너무 싫어하지만, 김치는 한 조각도 넘나 소중하기에 열심히 정리하는데.... 그런데...그런데.. 더보기
이름 바꾸고 온 날, 지난주에 이름을 바꾸고 왔다.독일은 결혼하면 보통 여자가 남자 성을 따라 바꾼다. 그래서 자녀가 생기면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모두 하나의 성을 쓰기 때문에 단체로 어딘가 이름을 기입하거나 여행을 다닐 때, 같은 성이라서 그룹처럼 꼭 붙어 다닌다. 이건 좀 단편적인 예시지만,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성을 바꾸는 것이 보통이다. 꼭 남편 성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아내가 자기 성을 그냥 유지할 수도 있고 남편과 아내의 성을 - 로 연결해서 합성어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나영과 원빈이 결혼하면 원나영, 원빈으로 하거나, 이나영의 '이'와 원빈의 '원'을 합쳐서 성이 '이원' 또는 '원이'가 된다. 둘이 성을 합치면 둘 다 이름을 변경하게 된다. 이원나영, 이원빈 또는 원이나영, 원이빈, 이렇게... 더보기
기분도 그러한 데 갈 곳이 딱히 없을 때 한국에서 나는 그럴 때 카페에 갔다. 창가에 앉아서 따뜻한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창문 밖에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멍하니 앉아서 밖의 풍경을 구경했었다. 가끔은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드물게 술도 한 잔씩 했다. 무엇보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스트레스가 무지막지하게 쌓여 주체 안될 때는 한강에 갔다.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이 답답하다고 느끼지 않고 살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도심에 나무나 공원은 별로 없지만, (요즘엔 공원이 많지만;;)주위를 둘러보면 갈만한 산들이 많았고 조금만 나가면 쉽게 한강 둔치에 닿았다. 강변을 따라 하염없이 걷거나 자전거를 탔다. 이런 것들이 여유치 않을 때는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은 밤, 가까운 대교 하나 찾아서 천천히 강바람 맞으며 걸었다. 걷다가 중간쯤에 멈춰서 .. 더보기
처음으로 이케야 조립 도전해 보다. 책상이 너무 지저분해 보여서 처음으로 이케야에서 조립식 상자를 하나 사 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토마스 씨에게 사다 달라고 한 다섯 번쯤 부탁하니 사 왔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 크긴 했지만, 그런대로 정리가 되긴 해서 그냥 쓰기로 했다. "여보, 나 이거 조립해 줄 거지?" "네네네~그런데! 나중에~" 나중에라고 말하는 것 보니 오늘 안에는 안 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ㅎ결국 내가 해보기로 하고 난생처음 이케야 조립에 들어갔다. 남편이랑 침대랑 테이블이랑 이것저것 같이 해보긴 했지만, 작은 상자여도 혼자 해보는 건 처음이라 설명서를 펼쳤는데.................. 아놔, 뭐 이리 복잡한 거임? 나름 공대 나온 여자인데, 하하하함낭러ㅏ너리ㅏㄴ멂ㄴ;ㅣ -_-설명서는 그림.. 더보기
날 울린 남편의 엉뚱함. 이 전에 글을 쓰면서도 자주 썼던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독일의 날씨다. 독일 날씨는 정말 천방지축이라 예측이 불가능하다. 특히 겨울이 되면 유독 심하다. 아침에 해가 들어도 곧 우중충해지거나 장대비를 쏟아내기 일쑤며,아침부터 쏟아지는 비가 잠깐 멈추는 사이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다가도곧 다시 우중충해지기도 한다. 이곳에서 나고 평생을 살아온 독일인들도 겨울이 되면 우울우울 열매를 먹은 듯 침울해진다. 그러니, 유학생이나 나 같은 이주민들은 오죽할까. 외국인들은 겨울만 되면 매일 하루에 한 번씩 다짐한다. "이 지긋지긋한 독일의 겨울 날씨. 내가 올 겨울 지나고는 반드시 독일을 떠나고 말테다." 이런 다짐을 수없이 반복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할 때쯤이면어느새 봄이 와서 꽃이 피고 파릇.. 더보기
흔하지 않은 독일의 벚꽃놀이 독일에는 벚꽃이 흔하지 않아요. 타지 살이, 제게는 그러니까 독일. 독일에 살면서 아쉬운 점은 여럿 있는데, 봄에 가장 아쉬운 것은 벚꽃입니다. 독일에서 벚꽃을 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독일에서 봄꽃으로는 유채꽃과 목련 정도를 흔히 볼 수 있어요. 개나리도 종종 볼 수 있지만, 벚꽃을 길에서 보는 일은 정말 흔하지는 않아요. 보더라도 아주 가끔 한 그루 정도 볼 수 있긴 한데, 한국에서 여의도나 강변으로 꽃놀이를 할 만큼이 아니에요. 독일에서 벚꽃으로 유명한 곳은 본(Bonn)의 구시가(Altstadt), 그 외 남쪽 몇몇 지역들이 있는데요. 남부에서는 이 근처의 성(Castle: Schloss)도 유명해요.오늘 소개할 곳은 슈벳찡엔(슈벳칭엔: Schwetzingen) 성 안, 정원에 핀 .. 더보기
겨울나는 부추, 해외에서 한국 채소 먹기! 부추가 겨울을 나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저는 사실 몰랐어요. 서울에서 나고 반칠십 이상을 살았고 한국에서는 슈퍼나 시장 가면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부추가 겨울을 나는지, 꽃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요.해외 살다 보니 흔하고 당연한 것들이 어려운 일이 되니 모든 게 소중해지더라고요. 처음 독일에 온 날짜가 9월 3일. 한국이라면 아직은 좀 늦더위가 한창일 때였죠. 그래서 옷도 긴 팔은 거의 없었고 반팔에 얇은 카디건 몇 벌이 다였는데, 독일은 9월이면 이미 한국의 10월 말이나 11월 초처럼 추운 날씨였어요. 그렇게 첫 해, 첫가을을 독일에서 혹독하게 신고식을 치렀었죠. 처음 제가 독일에 왔던 그 해 독일의 겨울은 사상 최악의 겨울이 됩니다. 9,10,11월을 제외하고 12..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