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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것저것/보고 느끼고, 영화 외

애인있어요

 

 



그녀는 예뻤다를 보면서 드라마 리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오래전에 개설해두고 방치했던 블로그를 처음 열었는데

보다보니 좀 짜증나서 리뷰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불만 섞인 리뷰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데

보다보니 스토리가 좀 짜증나고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없고

주조연 비중이 막 뒤섞인게 꼭 시트콤 같은 드라마 같아서

그나마 있던 애정이 사라져서 리뷰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짐.

 

그예 작가가 유명한 시트콤 출신이라 기본적으로 글빨이나 대사빨은 있는데

너무 그것만 믿고 스토리 라인이나 개연성에 적은 비중을 두는 것 같아서 싫다.

 

그말은 곧 시청률만 잘나오면 된다는 마인드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가

애인있어요 인데..

 

이것도 초반에 연예뉴스로 읽었던 토막기사에

박한별 캐릭터가 너무 싫었다.

 

박한별이라는 연예인(개인적으로 아직 배우라고 하기 좀 그런)

개인적으로 알수 없으니 인간 박한별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로 박한별은 그다지 호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좀 별로 였는데다가 불륜 소재를 좀 좋아하지 않아서

더욱 더 박한별의 캐릭터가 싫었는지 모른다.

 

지진희가 나오는 드라마는 좀 챙겨보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토막기사와 박한별 때문에 일부러

볼 생각도 없었는데..

우연히 한 커뮤니티의 한 댓글이 드라마에 호기심을 야기시켰다.

 

„10회까지 너무 짜증났는데 그 짜증을 참고 지금까지 봐온 보람이 있다

 

어떤식으로 드라마를 이끌었기에 이런 댓글을 남겼을까.

궁금했다.

 

호기심에 시작한 1회가

결국 내 주말을 몽땅 반납하게 만들었다.

 

역시나 10회까지 너무 짜증이 나는 내용이 많아서

중간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주 건너 뛰어 보기를 했고

10회 이후에 조금씩 탄력이 붙더라.

 

일단, 10회까지는 박한별이 맡은 강설리라는 캐릭터가

매우 심하게 짜증나고 재수 없어서

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작가가 그 캐릭터를 그렇게 담은 건 후반 스토리에

대비한 나름의 이유가 분명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괜찮았는데 극에 최진언(지진희)이 사랑에 빠질만한

순수함은 아쉽게 좀 와닿지 않았다.


수수한 옷차림이나 1+1을 챙기는 면등으로 여러가지

순수함을 보여주려했겠지만, 대부분은

그녀가 선택할 수 없었던 환경에 의한 면이었지

인간적인 순수함은 좀 아니었다고 본다.

당돌하게 말하는 것도 순수해서 라기보다는 여우같은 면이 더 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순수함이 이해가 된다면

나중에 변해가는 모습을 납득시키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애초에 그렇게 변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와닿지 않았어도 감안할 수 있는 부분 같다.

 

또는 최진언 이라는 사람 자체가 인성에서 나오는 순수함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다.

부유한 집에서 풍족하게 자라와서 보여지는 순수함이

환경적인 차이에서 오는 것을 잘못 받아 들였을수도 있다.


어쨌든 최진언 그는 그저 강설리는 핑계였고

질려버린 아내 도해강(김현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이 부분은 도해강과 이혼 후 4년이 지난 시간 동안

강설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아낀것,

애인이 아닌 매우 가까운 후배의 느낌으로 대한 것.

결혼을 자꾸 미룬 것에서 보면 느낄 수 있다.

 

최진언은 도해강을 너무 끔직하게 사랑했고 그 사랑이 깊었다.

사랑이 깊었던 만큼 그녀에게 실망을 했고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사랑했던 탓에 이혼했어도

관계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녀에 대한 자신의 무의식에 남은 사랑까지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던 거다.

 

그리고 모든 불륜의 말미에 공통적인 결과.

후회.

 

미처 모든 사랑과 그녀를 정리하기 전에 찾아온 후회.

그리고 순수를 가장한 여우(최진언은 모르는) 강설리의 변화.

이 두가지가 시기적절하게 만나면서

다시 전 아내를 찾기 시작한거 같다.

 

작가가 깔아놓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적어도 벌어지는 에피소드의 개연성을 따질 이유는 없다.

(그녀는 예뻤다 경우, 에피들이 대부분 좀 억지스러움)

 

그리고 작가와 별개로 지진희가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라는

것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드라마같다.

그의 연기에 나는 대부분 좋았다고 느꼈는데

이 드라마에서 불륜남인 그가 안타깝고 그의 감정선을

나도 모르게 따르는 걸 보면 그건 그의 연기때문이다 싶다.

 

그리고 김현주.

김현주의 연기에 의구심을 가진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눈에 확 띄게 엄청 잘하는 배우라는 느낌도 없었는데

이 드라마에 보니 그녀의 연기 스타일인 것 같다.

자연스러워서 그게 잘하는지 못하는지 조차 생각해 볼

필요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내가 그렇게 느꼈던 것은

김현주가 도해강과 독고 용기를 연기하는 걸 본 후였는데.

얼핏 보면 좀 비슷하다 느낄수도 있는데

그게 같은 얼굴이어서 그렇지 캐릭터는 분명히 다르게

연기하고 있었다.

 

나쁜 도해강과 착해진 도해강, 다소 푼수같은 독고용기.

특히 착해진 도해강과 푼수 독고용기는 좀 비슷해지기 쉬운데,

그녀가 분명하게 다른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느낀 시점이.

백석(이규한)과의 에피소드 때문이다.

 

백석이 자신이 끔직하게 사랑하는 독고용기가

그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그 뒤 진짜 독고용기를 만나고 고민하는 백석을

보니 분명해졌다.

 

내가 백석이라도 진짜 독고용기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백석이 가짜 독고용기와 사랑에 빠진 건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과 연민이 가해진 것이겠지만.

진짜 독고용기 또한 그런 시간들이 없었겠나.

현재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같은 얼굴이지만 분명 다른 두 사람으로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이 작가의 지난번 작품이 기억난다.

그때도 김현주가 나왔었다.

그 드라마로 이유리라는 배우에 애착이 생겼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백석역의 이규한이다.

다소 오바스러운 면이 초반에 있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의 아픔이 더 와 닿는것 같다.

그에게 감정이입이 되고 그의 행동도

(도해강임을 알게 되지만 밝히는 것을 주저하는)

이해가 된다.

 

부디 작가가 마지막까지 좋은 작품으로 채워줬으면 좋겠다.

강설리의 캐릭터는 망가져도 상관없는 캐릭터지만,

이규한은 처음부터 설정이 그렇기에 그가

악인이 된다거나 망가지는 것은 개연성을 잃는 것과 같다.

 

원래 리뷰를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다.

그래서 이건 리뷰도 아니고 소감도 아니고

그냥 혼자의 길어진 주절거림이 되었다.

 

여하튼,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미니시리즈 인줄 알고

시작했다가 20회가 되어도 끝날것 같지

않아서 보니 주말연속극이었더라.

 

금요일 밤에 시작해서 하루를 꼬박 지새우고

24시간 동안 먹지도 않고 현재 방영 회차까지

따라 잡는 덕후스러운 짓을 하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가.

 

그리고 두근두근 오늘 회차를 기다리는데

결방. ㅠㅠ

망할 야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