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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오늘 하루, feat. Thomas 씨

외국인 남편이 생각하는 한국식 테이블

토마스 씨가 한국에 방문하기 전에

처음으로 한국 음식을 접한 것도, 

한국 스타일의 식탁(?)을 접한 것도 모두 인도 여행에서였다. 


인도 여행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인도 여행 중에 피할 수 없는 복병은 바로 복통과 설사, 

또는 오한과 복통을 동반한 설사이다. 

이상하게 인도인들이 조리한 음식을 먹으면 통과의례처럼 당연한 과정이다.


들리는 말로는 인도인들의 청결과 관련된 문제라고 하기도 하고

특히 길거리 음식에서 심한 조리환경의 위생 상태와 연관이 있기도 하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첫째 주부터 복통의 지옥을 경험하게 된 남편은

인도의 음식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인도에는 한인 여행객이 많아 한인들이 한국 음식을 찾는 특성 때문인지

한인 식당이 꽤 있는 편이다. 


우리는 안전한 여행을 원해서 주요 관광 도시로 여행했고

다즐링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는 한인 식당이 있었다. 

그래도 인도까지 갔는데 하면서 인도 음식을 체험하면 이틀 안에

항상 복통이 재발했었다. 

그래서 늘 한인 식당을 찾았었는데, 

그게 남편의 첫 한국 음식이었다. 


그리고 몇몇 식당은 식탁과 의자가 아니라 바닥에 앉아 식사하는 

낮은 테이블이 많았다. 

요즘 한국에는 드물지만, 과거에 한국에선 상을 펼쳐 놓고 식사를 하는 문화였으니. 

그리고 우리 한국 친정 같은 경우는 대가족이어서 

항상 상에서 식사하기도 했다. 


그런 설명을 들었던 토마스 씨. 

처음에는 오래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 했지만, 

나중에는 꽤 좋아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왜지?  ^^;;


가끔은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이런 얘길 들으면,

토마스 씨의 전생 한국인 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ㅎ


어쨌든, 느긋하게 바닥에 앉아서 둘러앉아 식사하는 재미에 빠진 토마스 씨.

남편은 그때부터 나와 함께 산다면 꼭 바닥에 테이블을 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혼 후, 거실에 테이블을 고르는데 

토마스가 상상하는 거실을 만들기에 높이가 전부 너무 높았다. 

좀 괜찮다 싶으면 또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런 그가 생각한 방식은 없으면 만들자!

그리고 이케야에서 가장 큰 테이블을 구해왔다. 

그리고는 과감하게 밑에 층을 톱으로 과감히 잘라버렸다. 

쓱싹쓱싹 댕강댕강~

그렇게 탄생한 우리의 거실 테이블이다. 

앉아서 식사하기에 가장 적절한 높이. 

그러나 쇼파와 함께 테이블로 쓰기엔 어정쩡한 높이. 너무 낮은 높이. 


우리 집에는 사실 부엌 외에도 한 개의 식탁이 더 있다. 

총 2개나 식탁이 있지만, 

신혼 초에나 한 두 번 식사했고 

그 이후로는 수납 테이블로 전락해버렸다. 

어쨌든 남편의 로망이자 나에 대한 배려였다. 

조금이라도 한국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 

(한국적이진 않지만;; ㅋㅋ)


더 재밌는 건, 

토마스 씨는 우리 집에 방문하는 손님들, 

즉, 자신의 친구나 가족들, 어쨌든 다른 독일인들에게도

이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하기를 권유한다. 

대부분은 불편해하고 결국 소파에 앉아 어정쩡하게 식사를 해도 

꼭 권유한다. 익숙해지면 이것만큼 편한 것이 없다며. ㅎㅎ

내가 친구라면 화를 냈을지도 ㅋㅋ

싫다는데 왜 자꾸 ㅎ


토마스 씨는 시키지 않아도 언제나 이렇게 한국식을 주변에 전파(?)한다. 

나를 만나기 전에는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이 사람, 정말 사실일까? 


공감하트는 토마스 씨를 홍보 대사로 키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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