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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오늘 하루, feat. Thomas 씨

한국 쌀, 외국인 남편이 더 좋아한다.

나는 아직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토마스 씨와 함께 살면서 쌀을 구입할 때, 

한국 쌀은 분명 다르다며 

아시아 상점에서 주문하겠다고 고집피우는 나,

그리고 훨씬 저렴한 쌀이 독일 마켓에 널렸는데 굳이 왜? 

라던 토마스 씨!



실제로 먹어보니 

독일에서 판매하는 저가의 쌀 맛이 그렇게 저렴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독일의 마켓에서 늘 사다 먹었다. 

독일에서 쌀은 의외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인들이 먹는 쌀은 보통 

밀히라이스(Milchreis: 직역하면 우유 쌀)가 있다. 


거의 모든 상점에서 작은 포장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500g 한 팩이 보통 0.48 ~ 0.65유로 정도 하기 때문에 상당히 저렴하다. 

인터넷 아시아 상점에서 사 먹는 우리 쌀은 9kg에 대략 19유로 정도이고,

밀히라이스를 같은 무게로 환산하면 9kg에 약 9유로 정도가 된다. 

고로, 밀히라이스가 10유로가량 싸다. 


독일에서는 쌀을 우유에 말아서 후식처럼 먹는 메뉴가 있어서 판매되고 있는데,

나 같은 아시아인들이 주로 사 먹는 것 같다. 

맛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먹다 보니 그 쌀 맛에 익숙해진 것 같다. 

한국 쌀은 아예 잊고 살았다.


어느 날, 한국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온 남편은 밥맛이 분명 다르다고 했다. 

나는 한국 레스토랑에서 굳이 비싼 우리 쌀을 쓸 리 없다고 아니라고 했지만, 

남편은 분명히 맛이 달랐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밥솥이 다를 거라고 했지만 ㅋㅋ 무조건 아니래;;;;;;


그렇게 며칠 곰곰이 고민에 들어간 토마스 씨. 

한인 마켓에서 한국 쌀을 파냐고 묻는다. 



"당연하지! "

"그러면 왜 우리는 거기서 쌀을 안 사 먹는 거지?"



토마스 씨, 까마귀 고기를 드셨나, 비싸다고 우길 땐 언제고;;;;;;;

본인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한다. 까맣게 잊은 것이 분명하다. 

내가 치즈 냄새로 남편 놀려 놓고 김치로 놀림 받을 때 서러웠던 것처럼. 


주문한 쌀이 왔고, 

오자마자 밥을 하고 맛을 본 남편은? 

올레~!!!!!! 

그래~!! 이 맛이야!

맛있어! 달라! 역시 한국 쌀이야!



대체 같은 사람이 맞는 것인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한국에도 두 번이나 다녀왔고 그때도 별로 잘 모르던 양반이. 

나랑 살면서 몇 해나 우유 쌀만 먹어 놓고선. 


우리 토마스 씨 요즘 매일 밥을 먹는다. 

엊그제는 아침부터 나를 흔들어 깨우더니,

이미 깨끗하게 쌀 씻어서 밥을 올려놓고 

감자랑 양파 손질해 놓고는 된장찌개를 끓여달라는 거다. 

그리고 계란말이 만드는 시도도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자기도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신념과 열정. 

고맙다. ㅋㅋ 부디 변하지 마오!


깍두기 먹고 싶다고 너무 귀찮게 해서 

간만에 깍두기도 담고 했더니 한국식 상차림을 했다. 

처음엔 내가 하는 김치는 김치 탈을 쓴 배추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내가 밥 먹을 때, 자기 숟가락도 하나 더 놓아 끼어 먹더니, 

이제는 나랑 같이 먹을 것도 아니고 자기 혼자 먹을 거면서 상차림은 제대로 해주신다. ㅎㅎ

토마스 씨의 페이보릿 한국 음식 중 하나. 

여기서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 

'방금'한 '새' 김치, '새'깍두기, 계란말이, 된장찌개, 그리고 '흰'쌀밥(잡곡이 섞이면 안 됨).

이렇게 정말 좋아하는 식단 중 하나. 


'절대'라는 말을 쉽게 쓰면 안되는 이유다. 

살면서 사람이 타고난 천성은 쉽게 변하지 않아도, 

성격이나 취향, 입맛은 상황에 따라 정말 끊임없이 변한다. 

단지, 의식하는 것과 의식하지 못하는 것에 사소한 차이일 뿐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이제부터 한국 쌀을 주문하게 될 것 같다. 

외려 우유 쌀도 먹을 만 한다고 생각하는 토종 한국인인 나와, 

한국인은 한국 쌀을 먹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우기는 남편.

우리 바뀐 거 같은데? 



(+)) 덧

남편의 계란말이 애칭을 공개합니다 ㅋㅋ

남편은 좋아하는 음식에 이름을 붙인다고 했었죠. (관련글: http://varamizoa.tistory.com/75)

달걀이 독일어로 das Ei 이구요. 발음은 '아이' 이죠. 복수로 하면, 

Eier 인데, 보통 발음이 '아이어' 또는 '아이야" 이렇게 해요. 

저랑 이 근방 주변은 모두들 후자인 아이야, 라는 발음을 하는데요.

이게 한국어의 '아야야' 나 '아얏'과 비슷하지요. 

그 단어를 아는 남편은 가끔 엉덩이를 통통 치면서 아야! 주세요! 합니다. ㅋㅋ

노래로 부르면서 아야!, 댕장, 주세요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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