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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오늘 하루, feat. Thomas 씨

한국어를 아는 남편의 진화

울트라 초초초 기초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우리 토마스 씨는 가끔 유용(?)하다. 
한글을 읽을 줄 아니까, 특히 아시아마켓에 장 보러 보낼 때도 편하다. 
물론, 전화를 계속해서 귀찮게 하지만. ㅎㅎ ㅠㅠ

얼마 전 한인마트에 보냈더니 사오라는 떡은 없어서 못 사고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사 왔다. 
막걸리랑 진라면, 그리고 만두! 
한인 마켓 보내면 자기가 마실 막걸리는 잊지 않고 꼬박꼬박 사온다. 
와인 마시듯이 와인 잔에 따라 홀짝홀짝 마시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술을 잘 못 해서 많이 즐기지 못하는 나로서는 공감하기 힘들다. 

막걸리는 시어머니랑 시아버지도 좋아하시는데, 
시어머니가 특히 좋아하신다. 
그리고 꼭 이렇게 와인 잔에 담아 식사와 함께, 
그리고 식사 후에 와인 처럼 계속. ㅎㅎ


며칠 전에는 짜장을 해서 면대신 밥이랑 먹었는데 
사실, 너무 귀찮아서 버티고 있는데 남편이 굳이 도와주겠다며 나선다. 
마지못해 시작했는데, 또 부부 싸움 크게 할 뻔했다. 
내가 같이 요리하기 싫은 이유 중에 하나. 
자꾸 퓨전을 만들라고(자기가 좋아하는 재료 막 아무 데다 다 넣기. 특히, 당근과 양배추)
하지를 않나, 양을 무조건 무한대로 늘리려고 하질 않나. ㅠㅠ

우리가 엊그제 만든 짜장이다. 

심지어 식사 한번 끝나고 남은 걸 찍은 양이다. 

우리 부부 둘만 먹는데, 시부모님도 지금 안 계시는데, 
이걸 우리 둘이 어떻게 다 먹느냐고 하니
자기가 3일 내내 짜장만 먹겠다고 우겨서 양이 이렇게나 많아져 버렸다. 
하루하고 반나절 신나게 짜장면만 먹더니 하는 말, 

"여보..... 당신 말이 맞아. 너무 많아. 친구 주면 친구가 좋아할까?"

결국, 친구에게 나눠주긴 했는데, 그래도 자기 한 번 더 먹을 건 남겨달라고 ㅋㅋ




남편의 입맛이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바뀌고 있다. 

처음에는 좋아하지 않았고, 옆에서 자주 먹는 것을 보다보니 

오다가다 한 번씩 맛보면서 그 맛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초밥!


사실 초밥집에서 먹는 유부초밥은 한국 음식이라 하긴 좀 그렇긴 하지만,

생 유부를 반으로 갈라 볶음밥을 채워 넣고 달걀 물을 한번 입혀서 살짝 구워 먹는  

달걀 유부는 한국 음식이라고 우기고 있다. 

처음엔 시큼해서 안 좋아했는데, 

가끔 밤에 출출할 때 소시지나 빵 같은 거 먹는다면, 

차라리 밥을 먹으라고 참치 마요 주먹밥 몇 개 해주거나, 

유부초밥을 먹였더니 이제는 제법 좋아한다. 


토마스 씨는 자신이 요리를 잘한다는 자신감이 넘쳐서 

무언가 자기가 할 만하다 싶으면 욕심내서 자기가 한다. 

그 욕심이 나는 또 참으로 고맙다. ㅋ

오늘의 도전 과제는 유부초밥이었고 별로 어려울 것 없었으니 성공. 


그리고 남편은 한국어를 자기 편한 대로 맘대로 조금 바꿔서 부르는 습관이 있는데, 

그래서 유부초밥도 자기만의 호칭이 생겼다. 

호칭이 생겼다는 것은 그 음식에 애정이 생겼다는 의미. 


"유부초밥, 유.부.초.밥. 유부.초밥. 유부초밥. 유부초밥."


하면서 연습하더니, 유부초밥이 유부촙빱이 되고, 

유부촙빱은 다시 여부초빱을 거쳐 지금은 여보 줘밥. 이 되었다. 음음;;;;


토마스씨의 사랑 제육볶음은, 쪼끔뽁끔. 짜장면은 짜증나면, 뭐 대충 이러하다. 

그 중에 불고기는 특별하게 고유의 이름을 인정해주는 대신 불고기 송을 붙여줬다. 

자기가 정말 애정하는 한국 음식이니까. 라면서 

정말 들으면 어이가 없어서 녹음을 시도해보았지만 

눈치 빠른 남편 덕에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기회를 노리는 중이다. 

남편의 불고기송을 공개할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