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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오늘 하루, feat. Thomas 씨

외국인 남편의 한국요리 도전

요리하기 좋아하는 남편이 두 번째로 한국요리에 도전했다. 

첫 번째 요리는 한 달 전에 

동생이랑 파리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그 사이에 친구가 놀러 와서 

함께 제육볶음을 너무 먹고 싶다고하여

카톡으로 재료랑 양념을 알려주고 처음 시도 해보았는데,

내가 시식을 해 보지 못해서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ㅎ

본인 말로는 내가 한 것보다 더 맛있었다고 하는데.. 

진짜일까?


한국 요리를 좋아하다 보니 자주 해달라고 하고 

라면도 잘 못 끓이던 나도 덩달아 요리 실력이 늘긴 했는데,

가끔은 귀찮기도 하다. ㅋㅋ

신혼 초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밥을 먹으면 충분했는데

요즘에는 일주일에 반 이상은 꼭 밥을 먹는 것 같다. 

한 2,3일 밥을 안 하면 쌀밥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어차피 나는 한국의 중년 부인이므로 매일 밥이 필요하긴 하지만ㅋㅋ)


남편은 진짜로 노래를 부른다. 

유명하고 간단한 멜로디에 자신이 한국어 가사 아는 단어를 

모조리 가져다 붙여서는 노래를 한다. 

부끄럼 많은 남편이라 녹음 본을 확보해서 들려줄 수 없음이 무지 아쉽다.

보통 멜로디는 114에 전화하면 대기 중일 때 그 음악 따라라라~ 따라라~ 그런 음이다.

그런데 대략 가사만 봐도 조금 웃기고 재밌다. 


사랑~여부야~ 진국이~ 너무~우~ 많이 사랑 불고기~ 쪼아, 여부야~

너무 맛있어~ 불고기 주세요~ 너무 많이 먹고 싶어~ 여보 불고기~

사랑 불고기~ 주세요~ 진국이 좋아요~


가사들은 대략 이렇다 ㅋㅋ

치킨이 먹고 싶을 땐, 불고기를 치킨으로 개사하고 다른 단어는

그날 선정한 멜로디에 따라 순서도 맘대로 막 바뀐다. 



또 서두가 길어졌는데

오늘은 토마스 씨랑 투닥투닥다가 내가 밥하기 싫다고 파업을 해버렸는데

남편이 자신이 그럼 요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냉장고를 열고 닭을 보더니 메뉴는 닭죽으로 정했다. 

그래서 대충 내가 하던 걸 본 적이 있으니 방법만 퉁명스럽게 알려줬다. 

그러면 포기하고 나한테 해달라고 애원할 줄 알았는데 혼자 잘하더라. ㅎ


정식으로 하면 너무 힘들어서 간략한 방법으로, 



독일에는 이렇게 생긴 채소 묶음이 있는데 스프의 국물을 내는 용으로 판다.

한 묶음에 1유로 내외인데, 

아주 큰 독일식 대파, 당근, 셀러리, 파슬리, 블루멘콜, 이 하나의 세트다.

한 팩을 사면 4,5인용 커다란 냄비 한 가득씩 두 번 끓일 수 있는 양이다. 

여튼 토마스가 그 팩으로 열심히 만들고 있길래 부엌으로 가봤는데

이미 닭살까지 전부 다 찢어서 넣고 그럴싸한 모습을 갖추었다. 


우리 외국인 남편, 토마스씨 표 닭죽!




우리 부부는 둘 다 씹히는 게 좋아서 쌀도 완전히 다 익히지 않고 먹는데 적당했다.

다만 닭을 많이 먹고 싶다고 과하게 투하하고 조금 크게 찢은 것은 흠이었지만, 처음 한 닭죽 치고는 잘했다.


토마스는 이 음식을 한국 리조또라고 부른다. 

리조또랑 비슷하다고, 본인에게는, ㅎㅎ

그런데 토마스가 오늘 열심히 닭죽 만들기를 시도해보았던 원래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가 편도염을 가끔 앓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고열을 동반한 몸살 때문에 

침대에서 며칠을 꼼짝도 못 하고 골골거린다. 

그때마다 한국식 죽이나 한국 인스턴트 수프를 먹고 싶어 했는데, 

지금까지 항상 토마스 씨가 해주질 못해서 속상했었다고. 

그래서 나중에 아플 때 이제는 자기가 다 해줄 수 있으니 맘 놓고 아프란다. 


요리 좋아해서 가끔 나 대신 식사 준비해주는 것도 참 고마운데

이런 이유로 한국 음식 만드는 것도 열심히 배워주니 더 고맙고

아까 투닥투닥했던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닭죽으로 감동을 준 토마스씨 표, 닭죽 한 그릇 하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