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in DE/오늘 하루, feat. Thomas 씨

외국인 남편이 좋아하는 한국식 샐러드


어렸을 때, 엄마가 가끔씩 해주던 음식이 있다. 

한국식 샐러드인데, 아무래도 어렸을 때 가끔씩 먹던 음식이라 종종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독일에 와서도 가끔 생각나서 해 먹었는데, 

토마스 씨가 처음 샐러드 맛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왜 때문에? 

정말 단순한 샐러드이기 때문이고, 당연히 외국에도 이런 샐러드가 있을 줄 알았기 때문에 나도 조금 놀랐었다. 


내가 종종했던 이 샐러드와 아주 똑같은 샐러드는 독일에서 본 적 없고, 

비슷한 샐러드는 본 적이 있긴 하다. 

샐러드라고 썼지만, 사실 샐러드라고 하긴 좀 그렇다. 

적당한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데...

그 음식은 바로 다름 아닌, 감자 샐러드. 


그냥 삶은 감자를 으깨고, 

계란 삶아서 노른자는 감자처럼 으깨고, 

흰자는 식감 좋게 대충 썰어 넣고, 옥수수 캔 하나 물 빼서 넣고, 

사과도 식감을 위에 작게 썰어 넣는다. 

그리고 오이를 썰어서 소금에 절였다가 소금기와 물기를 거즈 같은 걸로 꼭 짜서 넣은 다음, 

마요네즈를 적당히 넣어서 버무려 먹는 샐러드다. 


바로, 오이와 사과 때문에 독일 사람들은 조금 다른 샐러드라고 느끼는 것 같다. 

처음 이 샐러드를 먹고 토마스 씨는 유레카를 외치며 너무 좋아했다. 

빵에 샌드 해서 먹고 치즈를 올려서 반찬처럼 먹기도 했고 급기야 시댁 식구들에게도 영업. 

시댁 어른들과 정원에서 그릴을 해 먹는 날에 감자 샐러드를 한 번 가져갔는데, 

시부모님들도 너무 좋아하셨다. 먹어 본 적 없는 맛이라고;;

특히, 시아버지는 그릴을 하면 소시지나 스테이크 위주로 드시고 샐러드는 잘 안 드시는데, 

감자 샐러드를 해가면 퍽퍽 담아서 세 번이나 드셨다. 

시아버지가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도 많아야 두 번 덜어 드시는 게 전분데, 

생크림 케이크 때처럼(관련 글 : 생크림 케이크에 감동한 시댁 식구들 : http://varamizoa.tistory.com/62)

세네 번에 걸쳐 계속 드시는 건 정말 정말 연중행사 일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가끔 독일에서 한국 스타일 음식을 해서 먹으면 

의외의 부분에서 좋아하는 것을 느끼는데, 감자 샐러드가 그랬다. 

토마스 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면 늘 나한테 하는 말이 있다. 



"여보, Das ist one of my favorites!!" 



여보, 이건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야. 

라고 영어나 독일어로 늘 말하는데,

한국어, 독어, 영어, 를 죄다 섞어서 던지는 한 마디. 

이 말은 감격에 겨워 뇌에서 생각을 거치지 않고 내뱉는 말이라서 다중어가 섞이는 것이다. 


그런데, 감자 샐러드를 먹은 토마스 씨. 



"여보,  Weißt du?" / 여보, 그거 알아?

"Was?"   / 뭐?

"이거 not at all one of my favorites 이예요." / 이거 전혀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아니야. 

"Was??"  / 뭐라고?
"이거 Just really my favorite 이예요."  /  이건 그냥 내가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라고 한다. 말인지 방귀인지.. 또 말장난 시전하는 남편. 

같은 말 아닌가? 하하하. 

여하튼, 감자 샐러드. 

만드는 건 조금 번거롭지만, 시댁 어른들은 그렇다쳐도 시누와 완전 전형적인 독일인인 시누 남친도 나중에 싸가는 것 보면 외쿡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스타일 샐러드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