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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오늘 하루, feat. Thomas 씨

한국 관광 유도하는 남편


독일 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그랬던 걸 생각해보면 아마도 대부분의 유럽이 비슷할 것 같다. 

그리고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내가 잠시 미국에 있었을 때 미국의 도로도 그랬다. 

아마 대부분의 나라가 그럴 것이라 추측된다. 

그리고 내가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그렇지 한국의 시골도 마찬가지 일거 같다. 

그렇지만, 한국은 정말 외진 곳이 아니고서야 

가로등이 한둘 있거나 하다못해 빛을 반사하는 방향 표시등 같은 것이 바닥이나  

도로를 둘러싼 울타리라고 해야 하나, 그 펜스에도 그런 표시가 되어 있는 편이다. 



그런데 독일을 포함한 대부분의 땅덩어리가 큰 나라는 도시를 벗어나거나 

진입하는 입구까지만 가로등이 설치가 되어 있고 나머지 부분들은 없다. 

그냥 아무것도 없다. 

잘 포장된 도로이지만, 불빛이라고는 내 차에서 나오는 것이 전부다. 


절대 시골길이 아니라, 그냥 도시와 도시 사이의 길이다.

저 멀리 보이는 마을, 그 사이로는 밭이나 이런 꽃밭들이고 불빛이 없다.

철길을 사이에 두고 철길 옆으로 주택단지 바로 옆인데 주택이 없는 곳은 길이 이렇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과 마을 사이는 대부분 산이나 들판이기 때문에 

가로등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독일에 와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들 중 하나가 이런 거였다. 

불빛이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 

그렇다고 차량이 앞 뒤로 많이 오가는 것도 아니다. 

평일도 10시만 넘으면 드문 드문 앞 뒤로 한대만 있을 뿐.

그래서 온전히 내 차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길을 밝히며 가야 하는데, 

혹시나 맞은편에서 차가 올까 싶어 상향등을 켜지도 못하고 아슬아슬 운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가끔씩 작은 라이트 하나 없는 자전거라도 갑자기 튀어나오면 심장이 멎는다. 

아우토반(고속도로)으로 진입하면 조금 나아지느냐, 꼭 그렇지도 않다. 



물론, 사진처럼 암흑은 아니지만, 

이 길의 직선이 어디까진지 어디서 커브인지 분간이 안되고 그저 내 앞 뒤로 5,6미터 보이려나. 

아우토반에 가로등이 있는데도 그렇다. 

그런 밤길에 차와 나를 내버려두려니 남편도 많이 불안한지, 매번 신신당부를 한다. 

그런데도 독일인들은 이 길이 익숙한 건지 이런 길에서도 쌩쌩 달린다. 



나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가끔은 한국의 불빛 찬란한 도로들이 그립다. 

토마스 씨가 한국에 처음 와서 놀랐던 것 중에 하나도 이 도로와 불빛이었다. 

대낮처럼 밝은 도로와 고속도로에서 길이 어디까지 쭉 뻗어있는지 

가로등으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에도 놀랐다. 


vorm Schwetzingen Schloss(슈벳찡엔 성 앞) : 독일의 가로등은 이러하다. 대부분의 집이 그러하듯 거리에도 형광보다는 백열등이다.

거기에 서울의 밤 문화. 

친정이 홍대입구 부근인데, 거의 나고 자란 셈이다. 

어렸을 때 홍대입구에서 벗어나서 신촌로터리 입구만 가도 서울 벗어난 줄 알고 절절 메던 게 떠오른다. 

홍대입구도 지금에야 번화해진 것이지 15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클럽이 사람을 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말도 못 하게 복잡한 곳으로 변했지만, 예전엔 아늑하고 좋았다. 



어쨌든 도심에 살다 보니 토마스 씨도 처음 한국에 와서 대낮처럼 밝은 서울의 밤에 입이 쩍 벌어졌었다. 

새벽 2시나 4시에도 조금만 걸어나가면 커피나 먹거리를 살 수 있고 

집 근처 어디에든 편의점이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랐었다. 

그런 남편이 나는 참 촌스러웠는데, 

독일 가서는 보는 사람마다 자기네 고향 자랑하듯이 

한국의 밤과 편의점 문화에 대해 떠들고 다니느라 바쁜 걸 보면 또 귀엽기도 하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다음 휴가 때 같이 한국 가자. 진짜 좋아. 맛있는 것도 많고."



보는 사람마다 관심도 없는 한국 관광 유치를 하던 남편이 얼마나 재밌던지.....


처음에 동양권 나라에 대해서 잘 모르시던 시부모님도 서울이 얼마나 큰지 잘 와 닿지 않으셨을 것이다. 

남편이 서울이며, 한국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반응이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혼식 때문에 한국에 처음 방문하시고는 연신 놀라셨던 기억이 난다. 

또 숙소로 시청역에 프라자 호텔에 묵으셔서 

호텔 창문으로 보이는 커다란 시청과 전경 그리고 야경들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셨다.

그 후 시엄마는 종종 내게 물으신다. 



"독일 심심하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국에 방문 한 번 하시고는 나를 급 이해하시게 되셨다고 해야 하나. 

그게 벌써 오래 전일이 되어가니 요즘은 또 그러신다. 



"우리, 한국으로 맛집 여행 갈 때가 된 거 같다."

"올해는 누나 커플이랑 다녀올 테니 내년에는 우리 한 번 같이 가요."



남편이 시댁 식구들 한국 여행 줄을 세운다. 

나를 만나기 전에는 한국은 이름 정도만 알고 있던 것이 전부 였던 토마스 씨, 

이제는 한국 관광 장려 홍보 대사 시키면 잘할 것 같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