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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 DE/어느 하루, feat. H 양

흔하지 않은 독일의 벚꽃놀이


독일에는 벚꽃이 흔하지 않아요. 

타지 살이, 제게는 그러니까 독일. 

독일에 살면서 아쉬운 점은 여럿 있는데, 

봄에 가장 아쉬운 것은 벚꽃입니다. 

독일에서 벚꽃을 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독일에서 봄꽃으로는 유채꽃과 목련 정도를 흔히 볼 수 있어요. 

개나리도 종종 볼 수 있지만, 벚꽃을 길에서 보는 일은 정말 흔하지는 않아요. 

보더라도 아주 가끔 한 그루 정도 볼 수 있긴 한데, 

한국에서 여의도나 강변으로 꽃놀이를 할 만큼이 아니에요. 


독일에서 벚꽃으로 유명한 곳은 본(Bonn)의 구시가(Altstadt), 그 외 남쪽 몇몇 지역들이 있는데요. 

본의 구시가 낮 모습 * manifoto.de구시가 야경 * mskh.net


남부에서는 이 근처의 성(Castle: Schloss)도 유명해요.

오늘 소개할 곳은 슈벳찡엔(슈벳칭엔: Schwetzingen) 성 안, 정원에 핀 벚꽃입니다. 

집에서 가깝기도 해서 해마다 저는 이 곳으로 한국의 벚꽃 놀이를 그리워하며 꽃놀이를 가요. 


이 곳엔 살짝 웃픈 사연이 있어요. 

독일에 오고 첫 해에 혹독한(볕이 거의 없던 우중충한 날씨) 겨울을 보내고 

우울우울 열매를 먹은 듯 침울해 있던 제가 봄이 되어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모습을 보자, 

시부모님께서 그러셨어요. 


"토마스, 너 힐데랑 벚꽃 놀이 안 갔어?"

"벚꽃 놀이요? 독일에서도 벚꽃을 볼 수 있나요?"

"이런, 나쁜 남편. 아직도 안 갔단 말이야? 우리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곳인데!!"


남편이 동네 성이 봄이 되면 참 예쁘다, 가자 가자, 했지만, 말만 하고 잊고 있었던 것이었죠. 

그리고 뒤늦게 시부모님께 살짝 혼쭐이 나고서야 기억해냈어요.  


"맞다! 이번 주에 가려고 했어요."

"엊그제 비 와서 꽃 다 떨어졌겠다. 얼른 가봐."


이 동네 살면서 1년이 지나고 그렇게 처음으로 성과 정원 구경을 갔더랬습니다. 

여하튼, 이 근처에서는 나름 벚꽃으로 유명해서 해마다 봄에 많은 사람들이 꽃놀이를 다녀가더라고요. 

올해도 어김없이 다녀왔고 올해는 독일의 '흔하지 않은' 벚꽃 사진을 풀어볼까 해요



슈벳찡엔의 성은 18세기 궁전 양식으로 루드비히 3세 때, 칼 필립과 칼 테오도르(pfälzischen Kurfürsten Karl Philipp, Karl Theodor)가 여름에 머물던 성입니다. 

해마다 축제 공연이 있고, 2년마다 봄과 여름 사이에 빛의 축제(Lichterfest)도 열려요. 


빛의 축제는 전체적으로 일반 흔한 독일의 축제와 같고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마지막에 십여 분간 폭죽을 터트리는 폭죽쇼가 꽤 볼만하죠. 

자리를 잘 잡으면 매우 가까운 곳에서 폭죽이 터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데, 

생전 그렇게 가까이에서 폭죽을 본 적이 없었어서 정말 낭만적이고 아름다웠어요.





첫 번째 사진의 빨간색 부분이 도시의 크기이고 

두 번째 사진이 정원을 약간 확대한 지도로 면적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성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려면 1,2시간 정도 소요될 만큼 꽤 큰 성이고, 

다른 유럽의 성들과 다르게 산위나 중턱이 아닌 평지에 건물을 짓고

정원 위주로 관리되고 있어서 건물도 높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정원은 여러 양식의 정원을 갖추었는데, 

그중에서 영국 스타일과 프랑스 스타일의 정원이 주를 이루고 있지요. 







축제나 벚꽃이 개화하는 시기에 이렇게 전통 의상을 입고 정원을 거닐거나 

티 타임을 하는 모습을 간간이 보여주면서 과거의 이 곳에서 어떤 사람이 

어떻게 옷을 입고 산책을 즐기며 살았는지 가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너무 좋아해요. 

외화를 보는 것 같아서요.


우선 벚꽃 사진을 대량으로 풀어볼게요. 

뭘 하다가 날리는 바람에 보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 감안하고 봐주세요. 

이거 정리하는 데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더라구요. 

다시 정리할 엄두를 못 냈습니다. ㅠㅠ


독일의 철학자가 많거나 문학이 발달한 이유는 춥고 우울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모두 작은 꽃 한 송이에도 크게 감동하게 되는 감수성 때문인 것 같아요.

이성적이고 냉철한 유명인들도 봄에는 감수성 폭발합니다. 




아이들과 꽃은 그냥 보기만 해도 너무 사랑스럽죠.  


커다란 정원 한쪽으로 벚꽃 나무만 보아서 따로 정원을 두었는데, 

입구 쪽에 있는 담에 내려앉은 꽃잎이 운치 있어요. 


아직 피지 못한 봉우리가 제법 있는데, 

엊그제 비가 와서 그런지 잎사귀들이 벌써 나오기 시작했어요.


벚꽃 나무 양쪽 옆으로는 수선화가 가득 피었어요.

역시 봄에는 꽃을 좀 봐야 기분이 좀 좋아지는 것 같아요.



* 벚꽃은 여기까지고, 

벚꽃이 있는 슈벳찡엔 성을 조금 보여드릴까 해요. 


성의 입구를 등지고 보면 보이는 성 앞의 모습이에요. 

파노라마를 따라 움직이는 자동차가 같이 움직여서 좀 웃긴 사진이 나왔네요. 



파노라마가 시원치 않아서 한컷으로 다시 담아봤어요.


이 곳이 성으로 들어가는 정문입니다. 

보시는 것 처럼 보통 유럽의 성들과 다르게 색이 있는데, 

약간 살구색으로 되어 있어요. 

솔직히 색이 들어간 게 저는 별로인데 사진은 예쁘게 나왔네요. ㅎㅎ


일일권을 구입하고 들어가면 입구에서 관리하시는 분께서 

바코드 부분을 찢어서 확인해주십니다. 

이 바코드가 있으면 뒷문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재사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인것 같아요. 


성 입구로 들어가서 왼쪽 길을 따라가면 벚꽃이 있는 정원이 나오고, 

이 길은 벚꽃 정원 오른쪽으로 나있는 길입니다. 

저는 이런 커다랗고 긴 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길이 너무 좋아요. 

지금은 아직 가지만 앙상한데,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면 이 길도 꽤 예뻐요.


오솔길 같은 위에 길을 지나면 잘 손질된 다른 정원으로 이어진 길이 나와요. 


보이시나요? 저 옆으로 보이는 벚꽃 나무들이요. 


위의 두 곳은 한컷에 담기에도 좀 큰 작은 별채 같은 곳이에요. 

건물이 분홍색인 것이 특이한 점인데요, 

이것은 18세기 이후에 당시 왕이 오래 전부터 이슬람과 모스크양식으로 된 성을 갖고 싶어했다고 해요. 그런데 성을 짓기엔 좀 무리가 있어서 작은 별채 처럼 지어 놓은 곳이라고 합니다.  

왕비에게 선물했다고 하는 확인되지 않은 설도 있어요.






여기는 봄이나 여름에 결혼식 야외 촬영을 많이 하는 곳이기도 해요.


곳곳에 있는 호수에 이런 모습의 나무 다리가 놓여 있어요. 

핑크 사원 입구는 이렇게 생겼어요.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머큐리 사원(Merkurtempel)이라는 것인데요, 

처음 시작은 모스크에 반대하여 생겨 모스크 사원이 보이는 호수 맞은편에 세워졌다고 해요. 

사원은 지혜와 같은 신비의 힘을 상징한다고 해요.



성의 뒷뜰인데, 아직 나무들이 파릇파릇 하지 않네요. 



이 성은 정원을 포함해서 주변이 작은 숲처럼 잘 관리가 되고 있어서

많은 종류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어요. 

사진은 청둥오리 한 쌍이고, 간혹 공작새도 보이는데 공작새 울음 소리도 여기서 처음 들어봤어요. 

까마귀와 고양이 울음소리가 약간 섞인 소리라고 해야하나. 

꾀꼬리처럼 예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 ^^;;;;;

 


보이는 다리는 진실의 다리(Lügenbrücke)라고 하는데요. 

직역하면 거짓말의 다리인데 정식 명칭은 르네상스 건축가인 안들레아 팔라디오의 이름을 따서 

팔라디오 다리(Palladio-Brücke)라고 합니다. 

머큐리 사원 뒷쪽에 있는 이 다리가 중국의 다리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이 다리가 진실의 다리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는데요.

누군가의 말이 진실인지 확인하고 싶을 때, 

다리를 건너기 전에 진실을 말하게 한 후, 눈을 감은 채 넘어지거나 휘청이지 않고 다리를 안전하게 넘어가면 그것이 진실이라는 설이 있어요. 

즉, 어떤 말을 하고 눈을 감고 건너다 중간에 넘어지거나 휘청거리면 그 말은 거짓이라는 거죠. 


저는 여기가 소원의 다리인 줄 알고 

소원을 빌고 다리를 건넜는데 다 건너지 않고 눈을 떠버리는 바람에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는데, 

다음에 갈 때는 정말 진실을 말하고 다시 한번 건너봐야겠어요.  

 



다리 위에 저 여자 분 소중한 것을 빠뜨린 사람처럼 하염없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네요. 

사진도 찍고 하면서 십분 정도 다리 주변에 있었던 것 같은데, 제가 떠날 때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슈벳찡엔 성은 만하임(Mannheim) 중앙역(Bahnhof) 앞에서 711번을 버스로 30분가량 걸리고,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중앙역 앞에서 717번 버스로 30분가량 소요됩니다. 

하차역은 둘 다 슈벳찡엔 슐로스(Schwetzingen Schloss)입니다. 

자가용으로 직접 오실 땐, 만하임과 하이델베르크에서 모두 20분가량 소요됩니다. 

독일 오시면 슈벳찡엔 성에 한번 방문해 보세요~